[무역분쟁 악화]"美, 中 압박에 증시 변동성 지속…IT기업 실적 우려"(종합)
미국이 화웨이 압박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60선으로 물러났고 원·달러 환율은 1190원을 넘어섰다. 한동안 국내 증시와 환율 방향성은 미중 무역협상 이슈에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중국 압박 조치는 국내 주식시장을 망가트릴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5.09포인트(1.20%) 하락한 2067.69에 장을 마쳤다. 이날 2094.88에 상승 출발한 지수는 상승 마감한 미국 증시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운 증시는 2060선까지 후퇴하며 장을 마쳤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화웨이 압박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협상에 잡음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의 하나로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중국 정보통신업체 화웨이의 사업을 금지하는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 장중에 나온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등의 이슈만 놓고 보면 국내 증시도 상승할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장 마감 이후 나온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으로 무역분쟁에 잡음이 일어난 것이 국내 증시를 흔들었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이 미중 무역분쟁 이슈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 대표단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무역협상 관련 대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미국이 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어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아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의 IT 관련 수출입이 크게 위축된데다 이번 조치까지 더해져 회복이 불투명해졌다"며 "국내 증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IT 기업들의 실적 바닥을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에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2.9원 오른 1191.5원에 마감됐다. 마감가 기준 2017년 1월 11일(1196.4원)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무역협상의 향방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3분기 내 무역협상이 타결된다면 안정을 되찾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250억 달러의 관세부가가 현실화되는 3분기 내 협상이 타결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200~1250원까지 치솟은 후 4분기에는 1150원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며 "양측이 협상에 실패하면 원·달러 환율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장기간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소은 고은빛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