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서구 하락폭 2배 커지고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하락
일산동구도 5배 더 떨어져
3기 신도시 유탄 맞은 일산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인 고양시 일산서구의 이번주 아파트 가격(13일 기준)이 전주 대비 0.19% 하락했다. 하락폭이 전주(-0.08)의 두 배를 넘는다. 지난해 8월 27일(-0.34%) 후 최대 수준의 하락폭이다.
일산동구의 아파트 가격도 부진했다. 이번주 하락폭은 -0.10%로, 전주(-0.02%) 대비 하락폭이 5배로 커졌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6일까지 일산동구의 평균 매매가 변동률은 -0.06%였다.
일산 지역 아파트 가격은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한 2017~2018년에도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오가며 거의 상승하지 못했다. 9·13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0월엔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올 들어선 소폭의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기 신도시가 추가로 발표된 이후 공급 물량에 대한 부담이 커진 탓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한 데 이어 이달 7일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3기 신도시에 추가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9·13 대책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으로 하락세가 장기화되는 와중에 신도시 발표가 나왔다”며 “공급 물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하락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2기 신도시들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검단이 속한 인천 서구는 이번주 0.08% 하락해 전주(-0.03%) 대비 하락폭을 키웠다. 파주(운정)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주 -0.11%에서 이번주 -0.07%로 하락폭을 줄였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다. 운정신도시 A공인은 “당장 급매물이 쏟아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신도시 발표 후 실수요자도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대중교통망을 잘 갖춘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낡은 1기 신도시와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2기 신도시가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산과 운정, 검단신도시 주민 1000여 명은 지난 12일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해지고 지역 슬럼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규탄 시위를 벌였다.
강남권은 선방
서울과 강남권 분위기는 오히려 좋아졌다. 서울은 이번주 0.04% 하락하며 전주(-0.05%) 대비 하락폭을 줄였다. 27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긴 했지만 3월 4일 이후 한 주도 빠짐없이 하락폭을 줄여가고 있다.
서초 강남 송파 강동 등 강남4구도 하락폭을 줄이거나 유지했다. 지난주 0.05% 떨어졌던 서초구는 이번주 -0.04% 변동률을 보였다. 강동구 하락률은 지난주 -0.16%에서 이번주 -0.13%로 줄어들었다. 강남구 하락률은 -0.01%로 전주와 같았다. 송파구도 전주와 같은 -0.04%를 나타냈다. 인기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에서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하락세가 진정되거나 소폭 상승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3기 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건이 열악한 2기 신도시와 일산 등 일부 1기 신도시에 대한 매수 심리가 많이 위축됐다”며 “관망세를 거쳐 하락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3기 신도시를 지정했지만 정작 강남 집값은 못 잡고 수도권 1, 2기 신도시 수급 상황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