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예상외로 선전한 미국과 중국 경제가 다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양국 무역 갈등까지 확대되면서 경기 하강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설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중국에선 추가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관세 난타전' 美·中, 경기 동반 위축…Fed 금리인하 힘 실린다
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4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줄었다. 시장은 0.2% 증가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소비는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급감한 소매판매는 지난 3월 1.7% 증가했다.

4월 산업생산도 부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4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0.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0.4% 감소, 2월 0.5% 감소에서 3월 0.2% 증가로 잠시 살아났지만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이다. 특히 핵심인 제조업 생산이 0.5% 감소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 모델인 ‘GDP나우’는 이날 지표 부진을 반영해 2분기 증가율 예상치를 1.1%(연율 환산)로 낮췄다. 지난 1분기 3.2%에서 급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이 발표한 경제 지표도 부진했다. 4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7.2% 증가하는 데 그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4월 산업생산도 전년 대비 5.4% 증가해 작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양국이 발표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과 중국의 연간 GDP를 각각 0.3%, 0.8% 깎아내릴 전망이다.

CNBC는 무역 갈등과 경제 지표 부진으로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선 10년물 국채 금리가 전날 종가보다 4.1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2.380%를 기록했다. 최근 6주간 가장 낮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선물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올해 말까지 한 차례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40.9%, 두 차례 이상 내려갈 가능성도 35.1%로 예측했다. 베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확실한 메시지는 미국과 중국 지표가 모두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라며 “두 나라는 ‘격투’를 하고 있어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는 “물가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어서 금리를 올릴 큰 이유가 없고, 성장세 역시 건강한 모습이어서 금리를 내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4일 금융시장에 2000억위안(약 3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같은 날 만기가 돌아오는 1560억위안어치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보다 440억위안가량 많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도 전날 대비 0.6%가량 절하했다. 15일엔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낮춰 2800억위안을 추가 공급했다. 모두 경기 부양 기대를 높이는 조치다.

다만 관영매체인 중국 증권일보는 16일 “경제 지표가 단기적 파동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물을 퍼붓는 식의 대규모 부양 정책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