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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응용프로그램)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을 불문하고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은 단연 ‘유튜브’였다. 쉴 새 없이 디지털 기기에 접속해 콘텐츠를 반짝 보고 끝내는 ‘순간 접속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생활 패턴이 대중화되고 일상화되면서 인류의 가장 기적적인 발명품인 읽기(독서), 그중에서도 ‘깊이 읽기’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책마을] 띄엄띄엄 읽기가 익숙한 '스크린 세대'…퇴보하는 독해력 살리려면
미국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에서 세상이 인쇄 기반 문화에서 디지털 기반 문화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인간의 뇌가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저자는 당초 인간이 읽는 능력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문해력(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깊이 읽기’는 읽는 이가 문장에 담긴 감정을 느끼고 타인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해주며, 유추와 추론을 통한 비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세계의 영상과 일회성 정보들은 새로움과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주의 집중과 깊이 있는 사고를 빼앗아갔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정보산업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량은 약 34GB다. 10만 개 영어 단어에 가까운 양이다. 이런 정보는 연속적이거나 집중적인 읽기를 못한 채 가벼운 오락거리에 그치고 만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디지털 읽기에선 ‘훑어보기’가 표준방식이다. 지그재그로 문서상의 단어들을 재빨리 훑어 맥락을 파악한 뒤 결론에 직행하는 방식이다. 세부적 줄거리를 기억하거나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디지털 매체로 읽으면 우리 뇌 회로도 디지털 매체 특징을 더 많이 반영한다. 책이나 인쇄물을 읽을 때도 디지털 매체를 대하듯 단어를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될 경우 깊이 읽기가 주는 비판적 사고와 반성, 공감과 이해, 개인적 성찰 같은 본성을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이런 방식은 더 짧고 단순하며 건너뛰어도 무방한 문장에 길들여지도록 만든다. 저자도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봤던 헤르만 헤세 소설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으려 했지만 ‘디지털 읽기’에 익숙해져 뇌가 더 이상 길고 난해한 문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고 고백한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 속에서 저자가 찾아낸 ‘깊이 읽기’ 능력 회복법은 이른바 ‘양손잡이 읽기 뇌’다. 인쇄 기반 읽기 능력과 디지털 기반 읽기 능력을 고루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특정 읽기에 매몰되지 않고 인쇄매체와 디지털 매체 사이를 넘나들 수 있도록 균형감 있는 읽기를 시도한다면 미래의 매체 사이를 오가는 유연한 코드 전환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