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내달 EU 탈퇴협정 이행법안 표결 후 사퇴일자 제시" 영국 집권 보수당의 차기 당대표 겸 총리 유력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공개적으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다음달 초 예정된 하원의 유럽연합(EU) 탈퇴협정 이행법률안 표결 직후 구체적인 사퇴 일자를 제시하기로 했다.
16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 전 장관은 이날 맨체스터에서 열린 한 기업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차기 보수당 당대표를 원하는지를 질문받자 "물론 (경선에) 참여할 것이다.
그게 특별한 비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존슨 전 장관은 다만 현재 그 자리(당대표 및 총리)는 공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브렉시트(Brexit) 강경론자인 그는 "(EU와의) 협상 접근방식에서 지배와 활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3년간 브렉시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설득력있는 설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는 하원의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후보로 나설 수 있다.
경선 참가자가 여러 명이면 가장 득표수가 적은 후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최종 2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 투표를 한다.
이어 약 12만명에 달하는 전체 보수당원이 우편을 이용해 최종 2명의 당 대표 후보에 대해 투표를 하게 된다.
존슨 전 장관의 출사표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와 관련한 교착상태 타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기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뤄졌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위해 야당인 노동당과 협상을 이어가는데다,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참패를 기록하자 총리의 조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이 총리는 이날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간부진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은 성명을 통해 오는 6월 초 예정된 EU 탈퇴협정 이행법안 표결 결과와 관계없이 메이 총리와 새 당대표 경선을 위한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탈퇴협정 이행법안은 영국과 EU 간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법안을 말한다.
탈퇴협정에 포함된 '이혼합의금' 지급, '안전장치'(backstop) 발동, 상대국 거주국민 권리보호 등을 구체적인 법안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비록 노동당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여름 의회 휴회기 이전에 브렉시트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6월 초 법안 상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브래디 의장은 만약 하원 표결에서 또다시 패배를 기록한다면 메이 총리가 사임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3월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조기 사퇴해 EU와의 미래관계 협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퇴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날 브래디 의장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보수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메이 총리가 명확한 사퇴 일자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수당 의원은 로이터 통신에 "매우 실망스럽다.
총리는 오늘 만남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혔어야 하는데 또다시 꾸물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는 보수당에 끔찍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이언 블랙퍼드 하원 원내대표는 "보수당은 나라를 다스리기를 포기했다"면서 "오늘 '1922 위원회' 만남에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메이 총리가 너무 무능해서 사임조차 제대로 할 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