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 "2분기 다소 개선될 것…대외 불확실성은 커"
IT·화학 순익 감소 폭 커…코스피 상장사 4곳 중 1곳 적자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 4곳 중 1곳이 적자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사는 3곳 중 1곳꼴이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으로 수출량이 크게 줄어든 것 등의 영향이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장사 실적이 2분기에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커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코스피 상장사 25%·코스닥 35% '적자'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573개사(금융업 등 65개사 제외)의 연결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84조3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0.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27조8천억원으로 36.88%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0조9천억원으로 38.75%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인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5.74%, 4.31%로 작년 동기보다 3.37%포인트, 2.74%포인트 낮아졌다.

상장사들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아 57원가량 영업이익을 내고 이 중에서 순수하게 손에 쥔 돈은 43원이었다는 의미다.

특히 전기·전자(-56.25%)와 화학(-49.98%) 등 업종은 순이익 감소 폭이 컸다.

이렇다 보니 적자를 낸 기업이 적지 않았다.

573개사 중 24.96%인 143개사가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다.

상장사 4곳 중 1곳꼴로 이익을 한 푼도 얻지 못하고 되려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1분기 말 부채비율은 112.36%로 작년 말(105.52%)보다 6.84%포인트 높아졌다.
IT·화학 순익 감소 폭 커…코스피 상장사 4곳 중 1곳 적자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서 수출 감소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소폭 늘었지만 순이익은 줄었다.

분석 대상 910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1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42% 증가했다.

매출액은 43조1천억원으로 7.38% 늘었고 순이익은 1조6천억원으로 7.80% 줄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4.93%, 3.82%로 각각 0.19%포인트, 0.63%포인트 감소했다.

코스닥에서도 321개사(35.27%)가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다.

1분기 말 부채비율은 110.99%로 작년 말(102.63%)보다 8.36%포인트 높아졌다.
IT·화학 순익 감소 폭 커…코스피 상장사 4곳 중 1곳 적자
◇ IT·반도체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
그동안 상장사 수익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온 'IT·반도체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됐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은 425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두 회사를 포함한 매출액 증가율이 0.16%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더 나은 실적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감소율도 두 회사를 포함했을 때는 각각 36.88%, 38.75%였지만 두 회사를 제외하면 15.96%, 23.55%로 낮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감소 폭이 워낙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회사를 뺀 나머지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각각 4.75%, 3.46%로 두 회사를 포함했을 때인 5.74%, 4.31%보다 낮았다.

코스닥에서도 IT업종의 영향이 크진 않았다.

IT업종 351개사의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6.47% 증가하고 순이익은 7.77% 감소했는데 IT업종을 뺀 나머지 559개사도 매출액이 7.87% 증가하고 순이익이 7.81% 감소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코스닥에서는 오락·문화업종과 제약업종의 매출액이 각각 18.09%, 6.21%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각각 51.11%, 8.72% 감소했다.

성장세인 두 업종은 외형이 커졌지만 아직 내실을 다지지는 못하고 있다.

◇ 2분기 실적 개선 전망…"무역분쟁으로 장담은 못해"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장사 실적이 2분기에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용준 센터장은 "중국이 내수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위험성이 커지면 더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글로벌 경기 우려가 작년 4분기처럼 패닉 수준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분기에 실적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이고 2분기에도 작년 동기보다는 감소하겠지만 그 폭은 줄어들 것"이라며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반전되는 것은 3분기 또는 4분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반도체 가격은 글로벌 경기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데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뒤로 갈수록 조금 나아지는 것으로 돼 있다"며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수출이 회복될 수 있고 하반기에는 환율 상승도 기업들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기업 실적은 1분기에 줄었다가 올해 분기별로 올라가는 추세를 띨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은 협상이 길어지긴 하겠지만 결국 타결할 것이고 글로벌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수출도 회복돼 IT·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T·화학 순익 감소 폭 커…코스피 상장사 4곳 중 1곳 적자
반면에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기와 대외 여건이 안 좋은 상황이 2분기에도 지속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낙폭은 둔화할지 모르지만 이익은 계속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센터장은 "경기 사이클이 한 주기가 끝날 즈음에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에서 그런 것 없이 경기가 흘러오면서 산업 사이클이 위축돼 있어 걱정스럽다"며 "하반기에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중소·중견기업의 생산 활동 저하와 인건비 상승이 나타날 수 있어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최근 주요국 경기지표 역시 둔화 양상을 보여 2분기 실적 역시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 센터장은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했던 1분기보다 더 하락할 전망인데 관건은 2분기 실적이 바닥일지에 대한 여부"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6월 말 G20 정상회담을 전후로 타결되고 국내 수출 회복이 진행되어야 하반기 실적 회복이 가능하나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