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보도…美 '관세 폭탄' 스마트폰·PC, 대만산 부품으로 생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로 대만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최악에는 성장률이 반 토막 날 우려도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무역전쟁이 거세지면서 미국은 지난 10일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렸고, 나머지 3천억 달러어치에도 고율 관세를 매기기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특히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등 소비자 전자제품이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만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미국 수출용 소비자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상당 부분을 대만이 공급하고 있으며, 이 전자부품 산업이 대만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조립되는 소비자 전자제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기업의 주문이 감소하고, 이 경우 대만산 부품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 3대 PC 브랜드는 부품의 약 90%를 대만 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부품은 중국에서 조립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시장조사기업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브래디 왕은 "다음 관세는 노트북, 데스크톱 조립과 부품 공급망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첫 관세 부과로 인한 충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을 위해 PC나 스마트폰 등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기업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콴타 컴퓨터는 애플과 HP를 위해 중국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생산하며, 컴팔 일렉트로닉스는 델과 레노보 브랜드의 PC를 만든다.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과 페가트론은 애플을 위해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한다.

이들 기업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으면 대만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미쳐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DBS은행의 마 티에잉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올해와 내년 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2.27%로 점치고 있으므로, 그의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성장률은 거의 반 토막이 나 1%대로 떨어지게 된다.

무역전쟁의 충격파를 우려한 대만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동남아로 옮기거나 아예 대만으로 재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해외 생산기지를 가진 47개 대만 기업들이 대만 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77억 달러에 달한다.

궈타이밍 폭스콘 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내 주요 거점인 선전 등에 있는 생산라인 일부를 대만 남부 가오슝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으며, 콴타 컴퓨터 등도 대만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CMP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대만 경제는 물론 대만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만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면 내년 1월 대선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 가능성도 작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