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사우디·UAE 연합군은 예멘 수도 사나에 11차례, 이외 지역에 8차례 공습을 벌였다. 연합군은 사우디 국영방송 알 아라비야를 통해 “후티 반군의 공세 여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라며 “예멘 후티 반군 점령지의 군사 시설물을 위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연합군의 이번 공격은 사우디 아람코의 송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지 이틀 만이다. 지난 14일 사우디는 동부 원유생산시설과 홍해에 접한 얀부항을 잇는 송유관(파이프라인) 관련 석유펌프장 두 곳이 폭발물을 실은 드론으로부터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같은날 후티 반군은 “큰 군사작전을 실시했다”며 “이는 사우디가 2015년 3월 이래 예멘에서 감행한 공격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중동 일대에선 아람코 송유시설 공격 주체가 어디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후티 반군 측은 자체 생산한 드론으로 독자적으로 공격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주체가 후디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단 시점이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사우디 드론 공격이 일어난 14일은 유엔이 후티 반군과 예멘 정부군간 작년 이뤄진 평화협정 이후 군대 철수 첫 단계가 성료됐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원유 수송을 하루 남짓 방해하기 위해 지난 수개월간 진행된 평화협정에 균열을 줄 유인은 별로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알자지라는 “여러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보안망을 피해 정교한 드론 공격을 할 장비와 인력 등이 있는지부터도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UAE 등 인접국가들은 드론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지목하고 나섰다.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차관은 “이번 테러는 이란 정권이 사주해 후티 반군이 행한 것”이라며 “드론 공격은 이란이 국가 팽창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후티 반군을 도구로 삼은 사례”라고 주장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본인의 트위터에 “후티 반군은 혁명수비대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2일 UAE 동부 영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 사우디 유조선 두 척, 노르웨이 유조선 한 척, UAE의 대형 선박 한 척 등이 공격을 받았지만 사우디와 UAE 등은 모두 사보타주 배후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사우디 국영통신은 사우디 유조선 두 척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을 뿐 공격 주체에 대한 추정 등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무장관도 “누가 (공격)했는지에 대해선 굳이 추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진해 공격 사실을 밝힌 곳도 없다. 미군이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지만 이란은 “유조선 공격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며 “일대 안보를 해치는 사악한 음모에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반박했다. UAE 정부에 따르면 UAE, 미국, 프랑스 등이 유조선 사보타주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두 공격 사건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를 타겟으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람코 송유시설은 하루에 원유 500만 배럴을 수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 송유시설을 거친 원유와 UAE 동부 영해 유조선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지난달 말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강화하자 이란은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알자지라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지나는 원유 공급에 타격을 주거나, 최소한 타격을 줄 능력이 있다는 점을 세계 원유 시장에 보이려 한 공격일 수 있다”며 “공격이 있을 때마다 국제 원유시장이 외부 변수에 상당히 약한 상태임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