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학부모에게 노출하지 않도록 하려는 교육청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에 이어 경기교육청까지 교사가 원하지 않으면 연락처를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공식화하면서다. 일부 교육청은 업무 전용 휴대폰까지 제공하며 교사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무분별한 전화에 교권침해·학습권까지 피해"…'교사 연락처 비공개' 움직임 확산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교육청은 최근 도내 각 학교에 교사 연락처 공개를 제한해야 하는 필요성과 법적 근거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경기교육청은 공문에서 사생활의 자유 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동에 따른 개인 인맥 공개, 부정청탁 우려 등을 이유로 교사 연락처가 과도하게 공개되는 것을 경계했다. 법적 근거로는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하는 헌법 제17조와 휴대폰 번호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들었다. 경기교육청은 “교사의 휴대폰 번호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교사) 개인이 판단해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사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교육청 차원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충남교육청은 1일부터 휴대폰 한 대에 두 개의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쓸 수 있는 서비스 비용(월 4000원 안팎)을 보조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14일 “교원의 개인 휴대폰 번호는 교원이 희망하지 않을 경우 비공개”라며 올해 2학기부터 관내 3000학급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업무용 휴대폰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청이 교사의 개인 연락처 비공개에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은 일선 교사들이 “연락처 공개로 교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6월 전국 유치원·초·중·고교 교원 183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학부모에게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64%는 ‘근무시간 구분 없이 수시로’ 연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교원의 79.6%는 연락처 공개로 인한 교권침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