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내 편’ 혹은 ‘네 편’만 존재한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은 ‘절대선’이고 다른 생각은 ‘절대악’이라고 여기며, 세상은 오직 ‘동지’와 ‘적’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여성·남성, 청년세대·기성세대, 진보·보수, 사용자·노동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돼 있다. 중용을 용납하지 않고 점점 극단화 성향을 띠고 있으며, 네 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조화와 타협의 문화는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흑이 아니면 백으로 생각하거나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대로 믿는 확증편향과 맥을 같이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거나 이상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배타적으로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고는 다양한 의견과 다원성을 가진 사회를 인정하지 않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음에도 두 가지 가능성에 한정해 사고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절대선이고 다른 한쪽이 절대악인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흑백논리가 만연한 사회는 유연성을 잃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이제는 진지한 고민 없이 어느 한쪽에 서서 나는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리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별, 연령, 계층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왜곡되거나 제한된 정보에 의해 자신의 생각이나 결정이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자신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타협을 이어가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은경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