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에서 관광객들이 환전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9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에서 관광객들이 환전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오름세(원화가치 하락)를 이어가며 ‘1차 저지선’으로 평가되는 1200원대 턱밑까지 갔다. 1200원을 돌파하면 탄핵정국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던 2016년 12월~2017년 1월 후 처음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210원50전(2016년 12월 28일)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환율 고점이 1210~1230원 선이었던 만큼 환율 상승 속도가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버슈팅(일시적 요인에 따른 과도한 상승)’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데다 외환당국도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당장 원화 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도 보이지 않는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수출 부진 등에 따른 성장률 둔화 우려도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1200원 안팎에서 공방을 벌이다가 하반기 들어 미·중 무역갈등이 진정되고 수출 부진이 바닥을 치면 11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환율 1200원 안팎서 공방…장기 방향은 대외여건 봐야"
1200원 돌파 가능성 우세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20전 오른 달러당 1195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2017년 1월 11일(1196원40전) 후 2년4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한국경제신문이 전문가 10명에게 환율 전망을 물은 결과 내달 말까지는 1190~123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자금 유출 속도가 빠르고 미·중 무역갈등도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며 “2~3주 내에 1220원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상승 압력이 시장 예상을 웃돌고 있다”며 “123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외환당국이 개입해 추가 상승을 저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00원을 넘어서면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 1100원대 중반 복귀 가능성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이 진정되더라도 당장 하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 갈등의 해소 조짐이 뚜렷해지고 주요국 경기 개선이 확인된 후 1100원대 중반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하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이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국, 유럽 등 미국 외 지역의 경기 반등이 가시화하면 환율은 연초 수준인 1140원 선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무역 갈등과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 성장률 둔화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고경봉/김익환/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