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매서워진 칼날에…로펌들 '외국기업 특수'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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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
외국기업간 인수합병 심사 10년새 세 배 이상 늘어
"한국 경쟁법 집행수준 亞 최고"
로펌, 공정거래 분야 경쟁력 강화
외국기업간 인수합병 심사 10년새 세 배 이상 늘어
"한국 경쟁법 집행수준 亞 최고"
로펌, 공정거래 분야 경쟁력 강화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3년 사이 공정거래팀 인력을 20명 가까이 늘렸다. 공정거래 분야 조직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도 같은 기간 10여 명을 수혈했다. 태평양은 2017년 말 ‘공정거래 위험진단 및 종합지원단’을 조직했다. 공정거래뿐만 아니라 형사, 기업소송, 디지털 포렌식 등 여러 분야 전문가와 협업 시스템을 마련해 자문부터 소송까지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에서다. 로펌업계가 공정거래 조직을 강화하는 이유는 한국 공정거래법에 대한 외국 기업의 자문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팀 ‘외국 기업 고객 특수’
한국 지역 매출이 300억원 이상인 외국 회사는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할 때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외국 기업이 담합행위를 해 한국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면 필요한 제재를 할 수 있다. 한국 공정위를 상대해야 하는 외국 기업이 대형 로펌으로 몰리는 까닭이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각국 경쟁당국이 한국 공정위의 결정을 참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로펌들이 ‘외국 기업 고객 특수’를 맞게 됐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1월 공정위는 퀄컴(미국)의 NXP반도체(네덜란드) 인수 시도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퀄컴의 국내 매출이 300억원을 넘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지난해 10월엔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린데 아게(독일)와 프렉스에어(미국)의 합병에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일부 자산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작년 공정위가 심사한 총 702건의 기업결합 가운데 95건(13.5%)은 외국 기업끼리의 결합이었다. 2009년(30건)과 비교할 때 10년 동안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외국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칼끝’도 매서워지고 있다. 공정위는 2002년 국제 카르텔(담합)을 처음으로 제재한 뒤 2017년까지 23개국 사업자를 대상으로 84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마다 한두 건에 그치던 과징금 부과 건수가 2017년엔 7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공정위가 토긴 등 일본 국적 9개 콘덴서 제조사의 담합에 약 3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로펌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며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강일 태평양 변호사는 “한국은 경쟁법 집행 수준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나라”라며 “한국 공정위가 문제를 삼으면 다른 나라 경쟁당국도 문제를 삼고 나올 가능성이 커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방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활발히 영업하는 외국 기업은 최근 공정위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갑을관계’와 가맹사업법 등 소비자보호 관련 이슈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들도 해외 기업 고객을 반기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심사한 기업결합 금액은 총 486조6000억원이었으며 438조원(90%)이 외국 기업 간 M&A였다. 대형 로펌 공정거래팀의 한 변호사는 “국내에 비해 M&A 단위가 큰 해외 기업을 자문하는 것이 수익성이 훨씬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로펌의 변호사는 “일단 공정거래 사건을 맡으면 다른 사건을 추가로 맡을 수도 있어 매우 중요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재 영입하고 외국어 구사능력 강화
국내 로펌들은 앞다퉈 외국변호사와 공정위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공정거래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태평양은 올해 초 공정거래팀을 공정거래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최근 3년 동안 공정위 출신인 손승호 변호사, 정중원 고문과 외국변호사 5명 등을 잇달아 영입했다. 그룹장은 오금석 변호사로 애플, 필립스, TDK코퍼레이션 등을 대리하고 있다. 태평양은 글로벌 기업에 대한 세계 경쟁당국의 조사가 동시에 이뤄질 때를 대비해 해외사무소 및 현지 로펌들과 24시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율촌은 외국변호사의 한국 법령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한국 변호사의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공정거래전담부 근무 경험이 있는 윤정근 변호사를 영입했다. 부문 대표는 박성범 변호사다.
세종 공정거래팀(팀장 임영철 변호사)은 해마다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3~5년차 경력직 변호사 3~4명을 보강했다. 바른(팀장 서혜숙 변호사)은 올해 초 기존 공정거래팀을 공정거래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전담 자문인력 등 130여 명으로 구성된 김앤장 공정거래그룹(그룹장 정경택 대표변호사)에는 경제학 박사와 전담 연구원으로 이뤄진 경제분석팀이 있다. 이들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외국의 경쟁법 집행과 이론 동향 등도 연구한다. 정환 변호사가 이끄는 광장 공정거래팀도 해외 사례와 법리 등을 연구하는 별도 팀을 갖추고 있다.
화우는 전통적으로 공정거래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로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성식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으며 공정위 출신인 한철수 고문, 손주익 전문위원 등이 최근 3년 사이 영입됐다. 화우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공정위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엄기섭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동인 공정거래팀과 최근 외국변호사 3명이 합류한 지평 공정거래팀(팀장 김지홍 변호사)도 관련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한국 지역 매출이 300억원 이상인 외국 회사는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할 때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외국 기업이 담합행위를 해 한국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면 필요한 제재를 할 수 있다. 한국 공정위를 상대해야 하는 외국 기업이 대형 로펌으로 몰리는 까닭이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각국 경쟁당국이 한국 공정위의 결정을 참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로펌들이 ‘외국 기업 고객 특수’를 맞게 됐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1월 공정위는 퀄컴(미국)의 NXP반도체(네덜란드) 인수 시도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퀄컴의 국내 매출이 300억원을 넘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지난해 10월엔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린데 아게(독일)와 프렉스에어(미국)의 합병에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일부 자산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작년 공정위가 심사한 총 702건의 기업결합 가운데 95건(13.5%)은 외국 기업끼리의 결합이었다. 2009년(30건)과 비교할 때 10년 동안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외국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칼끝’도 매서워지고 있다. 공정위는 2002년 국제 카르텔(담합)을 처음으로 제재한 뒤 2017년까지 23개국 사업자를 대상으로 84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마다 한두 건에 그치던 과징금 부과 건수가 2017년엔 7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공정위가 토긴 등 일본 국적 9개 콘덴서 제조사의 담합에 약 3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로펌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며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강일 태평양 변호사는 “한국은 경쟁법 집행 수준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나라”라며 “한국 공정위가 문제를 삼으면 다른 나라 경쟁당국도 문제를 삼고 나올 가능성이 커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방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활발히 영업하는 외국 기업은 최근 공정위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갑을관계’와 가맹사업법 등 소비자보호 관련 이슈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들도 해외 기업 고객을 반기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심사한 기업결합 금액은 총 486조6000억원이었으며 438조원(90%)이 외국 기업 간 M&A였다. 대형 로펌 공정거래팀의 한 변호사는 “국내에 비해 M&A 단위가 큰 해외 기업을 자문하는 것이 수익성이 훨씬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로펌의 변호사는 “일단 공정거래 사건을 맡으면 다른 사건을 추가로 맡을 수도 있어 매우 중요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재 영입하고 외국어 구사능력 강화
국내 로펌들은 앞다퉈 외국변호사와 공정위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공정거래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태평양은 올해 초 공정거래팀을 공정거래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최근 3년 동안 공정위 출신인 손승호 변호사, 정중원 고문과 외국변호사 5명 등을 잇달아 영입했다. 그룹장은 오금석 변호사로 애플, 필립스, TDK코퍼레이션 등을 대리하고 있다. 태평양은 글로벌 기업에 대한 세계 경쟁당국의 조사가 동시에 이뤄질 때를 대비해 해외사무소 및 현지 로펌들과 24시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율촌은 외국변호사의 한국 법령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한국 변호사의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공정거래전담부 근무 경험이 있는 윤정근 변호사를 영입했다. 부문 대표는 박성범 변호사다.
세종 공정거래팀(팀장 임영철 변호사)은 해마다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3~5년차 경력직 변호사 3~4명을 보강했다. 바른(팀장 서혜숙 변호사)은 올해 초 기존 공정거래팀을 공정거래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전담 자문인력 등 130여 명으로 구성된 김앤장 공정거래그룹(그룹장 정경택 대표변호사)에는 경제학 박사와 전담 연구원으로 이뤄진 경제분석팀이 있다. 이들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외국의 경쟁법 집행과 이론 동향 등도 연구한다. 정환 변호사가 이끄는 광장 공정거래팀도 해외 사례와 법리 등을 연구하는 별도 팀을 갖추고 있다.
화우는 전통적으로 공정거래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로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성식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으며 공정위 출신인 한철수 고문, 손주익 전문위원 등이 최근 3년 사이 영입됐다. 화우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공정위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엄기섭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동인 공정거래팀과 최근 외국변호사 3명이 합류한 지평 공정거래팀(팀장 김지홍 변호사)도 관련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