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개발현장에서 엑손모빌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엑손모빌
원유 개발현장에서 엑손모빌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엑손모빌
미국과 이란을 필두로 중동 일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에도 불똥이 튀었다. 엑손모빌이 이라크 남부 유전에서 근무하는 직원 일부를 대피시키자 이라크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로열더치쉘 등 다른 외국 기업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타미르 가르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19일(현지시간) “엑손모빌이 이라크 유전에서 외국인 직원을 대피시킨 것은 용인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엑손모빌에 직원 대피 조치 관련 정식 해명을 요구했으며, 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복귀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가르반 장관은 “다른 글로벌 기업의 외국인 직원 수천명이 이라크 유전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일하고 있다”며 “엑손모빌이 직원을 대피시킨 것은 안전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엑손모빌은 16~18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의 서쿠르나-1 유전에서 이라크 국적이 아닌 직원들을 국외로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더내셔널과 사우디 국영방송 알 아라비야 등은 각각 이라크 소식통을 인용해 “엑손모빌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서쿠르나-1 유전 직원들을 UAE 두바이로 피신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엑손모빌 등 외국 기업이 직원 철수 조치를 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르반 장관은 “엑손모빌이 두바이에 피신시킨 직원은 80여명 뿐”이라며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고, 엑손모빌이 이라크 정부와 맺은 유전 발전 계약을 철회하거나 종료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드반 장관은 이날 저녁 바그다드 시내 중심부 ‘그린존’의 미 대사관 근처에 로켓이 떨어진 것도 일대 긴장 관계와는 별개인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내셔널은 “가드반 장관은 미 대사관 근처에서 발생한 공격이 지역 분쟁의 확대가 아니라 고립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15일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자국 대사관과 공관 등 직원 중 ‘비(非)필수’ 업무를 하는 이들에게 이라크를 떠나라며 철수 명령을 내렸다. 미 연방항공청(FAA)는 이튿날인 지난 16일 페르시아만 일대 상공을 지나는 민항기들에 안전주의보를 내렸다. 이란이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조직 등을 통해 미국인과 미국 시설, 군시설 등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 중부사령부는 최근 이란과 이란 대리군이 이라크와 시리아 등 인근 국가에서 미군을 공격할 수 있다는 ‘믿을만한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증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라크 남부엔 엑손모빌을 비롯해 외국 기업이 대거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인 로열더치쉘, 영국 BP, 이탈리아 에니, 러시아 루크오일 등이다. 이들은 기존 업무를 유지한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중동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생산국으로 지난달 하루 평균 원유 460만 배럴을 생산했다. 엑손모빌이 개발 중인 서쿠르나-1 유전은 일대에서 가장 큰 유전 중 하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