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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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로 나온 '알짜' 저축은행들이 구매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대주주 규제와 영업권역 제한 등으로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 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역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부실 위험이 커진 지방 저축은행들도 매각 위기에 몰리면서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 드리운 암운이 더 짙어질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OSB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은행은 자산 규모 기준 업계 10위권에 손꼽히는 중대형 저축은행이다.

OSB저축은행을 소유한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이달 초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해 매수자 물색에 나섰다.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자기 지분 76.77%와 2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올림푸스캐피털 지분 23%를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OSB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조1648억원으로 업계 8위다. 지난해에만 자산이 1753억원(12%) 불었고, 순이익만 240억원을 기록했다.

내실과 몸집을 키워 9년 만에 다시 M&A 시장에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탓에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동일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3개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까다로워 섣불리 매각에 나서는 기업들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면 기존 대부업 완전 폐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사모펀드는 향후 10년간의 경영계획을 제출해야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오는 2024년까지 대부업 폐쇄 등을 조건으로 오케이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웰컴금융그룹은 웰컴저축은행 인수 당시 올해 6월까지 대부업 대출 40% 감축, 2024년까지 대부업을 청산하기로 금융당국과 약속했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을 제한하는 규제도 걸림돌이다. 저축은행은 본점 소재지를 기준으로 △서울 △인천·경기 △대구·경북·강원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충남·충북 등 6개 영업구역으로 나뉜다.

지역 내 대출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데 서울과 인천·경기는 50%, 그 외 권역은 4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저축은행의 전국 단위 영업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J트러스트그룹은 DH저축은행(부산·울산·경남)을 인수하기 위해 최종 단계까지 협상을 진행했지만, 금융당국이 영업구역이 확대된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한 바 있다.

저축은행 M&A시장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형 저축은행인 삼보저축은행과 솔브레인저축은행 등은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오랜시간 M&A시장을 표류하고 있고, 지방에 위치한 소형 저축은행 매물이 대거 쏟아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가 최근 발표한 가계·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자료를 보면 지방 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6.12%에서 올해 1분기 7.75%로 뛰었다. 서울 지역 저축은행 연체율(3.85%)의 2배 수준이다.

또다른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부진의 여파로 지방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부실 위험에 높인 일부 소형 저축은행들이 매각을 고심하고 있으나 시장이 어려워 이 또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