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작 직전'이 중요한 이치
지난 3월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11명이 탄 승합차가 타이어 파손으로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은 크게 파손됐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탑승자 모두 안전띠를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들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선 안전띠가 곧 생명선이다.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사고가 났을 때 탑승자가 창문을 뚫고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동승자와 충돌해 사망하거나 큰 부상을 입는다. 특히 뒷좌석은 안전띠 미착용 때 치사율이 착용 때보다 3.7배 높다. 생명을 지켜준다고 믿는 에어백 역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부상의 원인이 된다.

운전자의 안전띠 착용은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도로교통사고 데이터베이스 연차보고서와 2018년 교통안전공단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앞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94%로 독일 96.8%, 호주 97% 등과 비슷하다. 하지만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교통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낮다. 우리나라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56%에 그쳤지만 독일은 99%, 호주는 96%였다. 그 부작용은 사망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227명 중 약 27%인 62명이 안전띠를 매지 않아서였다.

다행히 지난해 9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경찰청과 함께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이른 시일 안에 정착될 수 있도록 연중 계도와 단속, 홍보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1주일 중 안전띠 미착용 사망률이 평균 대비 1.3배 높은 월요일을 ‘벨트데이’로 정하고, 매월 1회 캠페인과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안전띠를 바르게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부가 아닌 어깨와 골반뼈를 지나도록 착용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착용은 사고 시 갈비뼈 손상, 장기 파열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간혹 장시간 안전띠 착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클립을 이용해 안전띠를 느슨하게 하거나 경고음이 안 나도록 몸 뒤로 빈 안전띠만 매어 놓은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자동차에는 2만5000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혹자는 그 모든 부품에서 1m 남짓한 안전띠를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는다. 국민 모두가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마음 깊이 인식하고 ‘출발 전 단 1초’ 안전띠를 기억했으면 한다. 인생의 다른 중요한 일처럼 운전 관련 안전도 시작 직전이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