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맞춘 '다품종 생산'
정년없는 회사 '주인 의식'
헵시바는 에어컨·보일러 컨트롤러 제조 회사로 출발했다. 제품은 그럭저럭 잘 팔렸다. 완제품 회사들이 대금을 제때 주지 않는 게 골치였다. 이 대표는 “돈 떼일 걱정 없게 완제품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잘 아는 분야는 에어컨. 하지만 당시 삼성 LG 등 대기업이 에어컨 시장에 진입해 있었다. 이 대표는 “철저하게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게 산업용 에어컨(에어렉스)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쟁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헵시바는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제품 하나에 700여 개 용접이 필요할 정도로 작업자의 손이 많이 갔다. 그는 잔고장이 없는 것을 비결로 꼽았다. 이 대표는 “좋은 품질을 지키기 위해 가장 많이 투자한 분야는 바로 기업문화”라고 했다. 직원이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갖는 게 중요했다. ‘정년 없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그 결과 최고령 근무자는 74세. 그는 “아버지와 아들, 형제가 함께 회사에 다니기도 한다”며 “주인의식만이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렉스의 디자인과 기능을 무단으로 베끼는 업체도 많지만 기업문화는 베껴갈 수 없다”며 “30여 년간 쌓아온 기업문화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용 히터 알린 ‘휴게소 마케팅’
에어렉스는 해외 산업용 에어컨 시장에서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산업용 렌털 회사가 1위 업체 대신 헵시바 제품을 대량 구매했다. 해외 바이어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춰준 게 유효했다. 이 대표는 “‘폭을 10㎝ 줄여달라’ 등 개별 주문도 모두 수용해 만들어주고 있다”며 “3~4년 뒤 미국 시장에서도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산업용 히터도 효자 상품이다. 오일히터 하나면 112㎡ 공간이 따뜻해지는 장점 덕분이다. 1995년 첫 제품을 내놓은 뒤 국내 1위 업체를 따라잡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는 “산업용 히터라는 제품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과감한 홍보가 필요할 것 같아 전국 100여 개 휴게소에 무상으로 공급했다”며 “이후 전국에서 제품 문의가 쏟아졌다”고 했다.
이 대표가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한 품목은 태양광 인버터와 치과용 3D 프린터다. 그는 “5년 전 또 다른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정용 3㎾ 태양광 인버터와 치과용 3D 프린터 제조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틈새시장에서 ‘국내 점유율 1위, 해외시장 3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