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쿠팡·위메프 거친
온라인 마케팅 전략가
“초특가로 판매자도 이득 본다”
이 부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말부터 초특가 행사인 티몬데이를 시작한 뒤 방문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유통의 본질은 결국 가격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10월 티몬에 합류한 뒤 티몬을 ‘초특가 e커머스’ 대표 기업으로 바꿔놨다. 매월 1일의 ‘퍼스트데이’, 2일 ‘리워드데이’, 4일 ‘사은품데이’, 8일 ‘무료배송데이’, 9일 ‘직구데이’ 등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다. 이 부사장은 “과거처럼 10~20% 세일하는 것으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며 “매출을 늘리기 위해 유통사뿐 아니라 제조사도 원가 이하로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특가 행사를 두고 ‘제조사, 판매사의 팔을 비틀어 강압적으로 싸게 제품을 공급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도 원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소비자를 모아 놓으면 제조사가 먼저 와서 싸게 팔겠다고 제안한다”며 “마진이 안 남더라도 소비자와 만날 기회를 잡는다면 기업으로선 좋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TV 홈쇼핑에 노출하거나 광고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마케팅이 초특가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 에어팟 등 일부 상품의 경우 손해를 보지만 대부분의 상품은 수수료 매출이 발생하는 만큼 수익이 난다”고 말했다.
“배송·서비스보다 가격 더 중요”
이 부사장은 ‘유통의 본질은 가격’이란 것을 현장에서 깨달았다. 중학생이던 1990년대 초 그는 서울 문정동 로데오타운에서 옷을 떼다 온라인으로 팔았다. 닉스 청바지, 캘빈클라인 남방 등을 올렸다. 정상가의 50% 할인가에 구입해 20% 할인가에 팔았다.
2000년대 들어 정식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폴로 등 미국 브랜드를 들여와 백화점보다 훨씬 싸게 팔았다. 서비스는 조잡하고 배송도 느렸지만 소비자들은 좋아했다. 월 매출이 4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빠른 배송도, 친절한 서비스도 아닌 저렴한 가격이란 걸 느꼈다”고 했다.
조직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2008년 G마켓에 입사했다. 개발자와 상품기획자(MD) 일을 경험하고 2011년 쿠팡으로 옮겼다. 이때 처음 초특가를 시도했다. ‘모닝팡’이란 아침 특가 행사였다. 아침에만 반짝 세일을 해줘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초특가 창시자’답게 소신은 확고하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우고, 마켓컬리가 새벽에 갖다줘도 결국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밀린다”고 했다. 그는 “유통 대기업들이 초특가 마케팅을 흉내 내지만 초특가를 하기 위해 필요한 셀러(판매자) 네트워크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현재의 20~30대가 기성세대가 되면 대부분의 구매 행위가 모바일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결국 오프라인 유통은 식음(F&B)과 체험 위주로 가고 주요 상품 판매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광/박종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