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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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매시장에는 물건이 넘치고 있습니다. 전국 법원경매 진행건수가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에서 진행된 법원경매 건수는 총 1만1327건으로 전달보다 15.8% 증가했습니다. 낙찰가율은 상승세여서 71.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매에 있어서 권리관계는 복잡해 보입니다. 권리관계는 등기부에 '공시되는 권리'와 '공시되지 않는 권리'가 있습니다. 공시되는 권리는 근저당권, 가압류 등과 같이 서류만 보면 나타납니다. 그러나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등은 서류에 나와있지 않다보니 현장을 찾아서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 시장이 커지면서 일반인들도 경매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정주부인 A씨도 경매에 관심을 갖고 2년째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퇴직을 대비해 괜찮은 경매물건이 나오면 잡아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상가건물 하나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지하 1층~지상 4층 짜리로 건물이었습니다. 임차인들도 있어 실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지하층에는 노래방, 1층에는 커피숍, 2층은 치과전문병원이었고 3~4층은 사무실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경매에 참여할 생각으로 권리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등기부를 살펴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가압류, 3순위 근저당권, 4순위 가압류, 5순위 압류, 6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습니다. 내용은 복잡해 보였지만, 기준권리는 1순위 근저당권으로 경매로 소멸되는 권리들이었습니다.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하나도 없었고, 대항력 있는 임차인도 없었습니다. A씨는 공부한 보람은 느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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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경매 일주일을 앞두고 '매각물건명세서'를 확인하러 법원에 갔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는 경매 개시 일주일 전에는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어서였습니다. 서류에는 1층 커피숍을 하고 있는 임차인이 인테리어 비용을 가지고 유치권을 신고한 상태였습니다. A씨는 상가 건물을 인수해 유치권도 인수한다면, 인테리어 비용을 물어줘야하나 싶어 경매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상가건물이 유찰된 걸 알게 되면서 '괜히 포기했나' 싶습니다.

[부동산 법률방 답변]

부동산 법률방의 고준석 교수입니다. 우선 꼼꼼하게 경매참여를 고려했던 A씨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경매 참여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은 직접 물건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서류상으로 권리관계가 깨끗하다면 '매각물건명세서'를 통해서도 물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법원이 매각물건 정보에 대해 기록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부동산의 표기는 물론, 부동산 점유자와 점유의 권원, 점유할 수 있는 기간 등이 있습니다. 임대료나 보증금에 관한 관계인의 진술들도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공시된 서류에 나와 있지 않은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등도 기록됐습니다. 법원에는 매각기일의 전에 이를 비치해 두고 있습니다.

A씨가 확인한 유치권은 공시된 서류 말고 이처럼 매각물건명세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유치권이란 부동산에 관해 생긴 채권을 받을 때까지 그 부동산을 유치(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A씨처럼 대부분 경매 초보자의 경우 경매로 나온 부동산에 유치권이 붙어 있으면 일단 기피하곤 합니다. 아마도 경매중인 땅이나 건물이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들이 종종 붙어있곤 합니다. 현수막까지 붙어 있는 걸 보면 임차인이 강경하게 나설 것 같고, 그래서 유치권은 무서운 권리로 통하기도 합니다.
고준석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자료 한경DB)
고준석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자료 한경DB)
유치권이 성립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매수인이 인수해야 합니다. 유치권자의 권리는 강한 편입니다. 유치권자는 돈을 받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민제 제322조 참조) 또한 유치권자는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임대료를 받아 채권 회수에도 충당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23조 참조)

이러한 경우가 많다보니 유치권이 신고되면 유찰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유치권이 언제나 강한 것만은 아닙니다. 유치권은 그 권리를 주장하고 신고해도 설립되지 않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바로 A씨의 경우처럼 임차인이 영업을 위해 인테리어 비용을 지출한 경우입니다. 임차인은 커피숍 영업을 위한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들였고, 이를 유치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유치권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임차인이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행해진 공사이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가 상가건물의 객관적인 가치를 늘렸다고 볼 수도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대법원 91다8029 참조)

따라서 A씨가 놀래서 포기했던 물건에서 임차인이 주장하는 인테리어 비용은 유치권으로 성립될 수 없습니다. 특히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서에 인테리어(시설)에 대한 원상복구를 하겠다고 계약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역시도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돼 유치권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94다20389호 참조) 다행히 유찰된 물건이라면 A씨는 안심하고 경매에 참여해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경매절차에 있어 임차인이 지출한 비용이 필요비 또는 유익비가 확실한 경우, 배당절차를 통해 비용상환청구권으로 배당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 공사내역서, 세금계산서 등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비용상환청구권의 배당순위는 소액임차인보다도 우선하지만, 최소한의 비용만 인정되고 있습니다.

답변=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네이버 'Go부자')
정리=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