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KREI 선임연구위원 "대북 식량지원, '구체적 목표' 없인 성과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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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지원 이후의 ‘장기 플랜’ 없어
북한은 정확한 통계가 없는 비정상 체제…FAO 통계도 ‘추정치’
배급·장마당으로 이원화…자료마다 결과 달라
지원 필요성 놓고 극명한 의견차 생길 수밖에 없어
만성적 생산 부족 와중에 ‘김정은식 농업 개혁’ 실패
북한은 정확한 통계가 없는 비정상 체제…FAO 통계도 ‘추정치’
배급·장마당으로 이원화…자료마다 결과 달라
지원 필요성 놓고 극명한 의견차 생길 수밖에 없어
만성적 생산 부족 와중에 ‘김정은식 농업 개혁’ 실패
“북한에 인도적 식량 지원하는 건 좋죠. 그런데 그 이후의 목표가 없어요.”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선임연구위원(사진)은 20일 서울 동자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998년부터 북한 농촌 지역들을 직접 방문하며 북한의 농업기술 현황과 식량 사정, 품목별 가격 등 북한 농업 전반에 대해 연구해 왔다. KREI에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농촌진흥청, 탈북자 단체 데일리NK의 자료를 토대로 1년에 네 번 ‘북한농업동향’을 계간 보고서로 낸다.
김 연구위원은 “대북 식량지원은 북한 농업 역량 향상과 식량난 타개 등을 위한 물적 토대 마련의 일환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 지원 외의 장기 플랜을 세워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지속성 높은 방안은 기업이 참여해 남북한 양측이 철저히 상호 이익 추구만 원칙으로 하는 상업적 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농산물을 우리 측이 구입하고, 농기계나 비료를 북한이 사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당장은 어렵다”며 회의적으로 봤다.
김 연구위원은 제일 큰 원인으로 ‘믿기 어려운 통계’를 꼽았다. 그는 “북한 관련 통계 신뢰도는 매우 낮으며 이 사실 하나만 봐도 북한이 정상적 체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또 “FAO만 하더라도 모든 통계 보고서에 ‘추정치’란 전제를 붙이는 실정”이라며 “통계를 내는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 천차만별 결과가 나오고 그 자료들을 더듬으며 상식적인 선에서 북한의 농촌 상황을 유추할 뿐”이라고 연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북한의 농업 관련 통계가 제각각인 이유로는 식량 공급·소비 구조의 이원화를 들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배급의 혜택을 받는 북한 주민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엔 장마당에서 식량을 구입하는 계층과 배급을 받는 계층이 별도로 있고, 어느 쪽 상황이 통계에 잡히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예를 들어 북한의 쌀 가격이 전월, 전년 대비 떨어졌다 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인데 생산규모를 보면 전년보다 적다”며 “이 딜레마를 현재 통계 상황으로는 북한에 직접 가지 않는 한 설명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농업기술의 수준에 대해선 “현대적 농사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종자와 비료, 농기계, 비닐 등 현대 농업에 필요한 주요 자재들이 너무나 부족해 오로지 인력에만 기댄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젠 사람이 괭이나 삽을 들고 논밭에 나가지 않는다”며 “적절한 농기계를 이용해 적기에 비료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제때 수확을 해야 하는데 북한은 자본장비율(생산과정에서 노동자 한 사람이 어느 정도의 설비자산을 이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의 농업 정책 문제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은 2012년 포전담당제를 실시하면서 개인의 인센티브 확대를 선포했지만 이게 잘 지켜졌다면 2012년부터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식량의 생산이 가파르게 증가했어야 했다”며 “현실은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별 변화 없이 만성적 식량 부족 상태”라고 말했다.
“개인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힘든 집단영농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만든 게 포전담당제잖아요. 특정 농민이나 분조(分組)가 어느 해 좋은 성과를 내서 정말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았다면 과연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뭔가 사회적인 압박이 있는 것 같아요. ‘너희만 잘 살 수는 없다’는 압력이 직간접적으로 있었을 것 같고, 해당 농민이나 분조에선 이를 나름대로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대북제재가 농업에 직접적으로 끼친 영향은 적을 것이라 진단했다. “북한 농업은 워낙 낙후된지 오래인데다 대북제재의 주요 타깃은 무역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농업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 등엔 차질이 있어 간접적으로 영향은 받았을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선임연구위원(사진)은 20일 서울 동자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998년부터 북한 농촌 지역들을 직접 방문하며 북한의 농업기술 현황과 식량 사정, 품목별 가격 등 북한 농업 전반에 대해 연구해 왔다. KREI에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농촌진흥청, 탈북자 단체 데일리NK의 자료를 토대로 1년에 네 번 ‘북한농업동향’을 계간 보고서로 낸다.
김 연구위원은 “대북 식량지원은 북한 농업 역량 향상과 식량난 타개 등을 위한 물적 토대 마련의 일환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 지원 외의 장기 플랜을 세워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지속성 높은 방안은 기업이 참여해 남북한 양측이 철저히 상호 이익 추구만 원칙으로 하는 상업적 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농산물을 우리 측이 구입하고, 농기계나 비료를 북한이 사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당장은 어렵다”며 회의적으로 봤다.
김 연구위원은 제일 큰 원인으로 ‘믿기 어려운 통계’를 꼽았다. 그는 “북한 관련 통계 신뢰도는 매우 낮으며 이 사실 하나만 봐도 북한이 정상적 체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또 “FAO만 하더라도 모든 통계 보고서에 ‘추정치’란 전제를 붙이는 실정”이라며 “통계를 내는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 천차만별 결과가 나오고 그 자료들을 더듬으며 상식적인 선에서 북한의 농촌 상황을 유추할 뿐”이라고 연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북한의 농업 관련 통계가 제각각인 이유로는 식량 공급·소비 구조의 이원화를 들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배급의 혜택을 받는 북한 주민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엔 장마당에서 식량을 구입하는 계층과 배급을 받는 계층이 별도로 있고, 어느 쪽 상황이 통계에 잡히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예를 들어 북한의 쌀 가격이 전월, 전년 대비 떨어졌다 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인데 생산규모를 보면 전년보다 적다”며 “이 딜레마를 현재 통계 상황으로는 북한에 직접 가지 않는 한 설명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농업기술의 수준에 대해선 “현대적 농사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종자와 비료, 농기계, 비닐 등 현대 농업에 필요한 주요 자재들이 너무나 부족해 오로지 인력에만 기댄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젠 사람이 괭이나 삽을 들고 논밭에 나가지 않는다”며 “적절한 농기계를 이용해 적기에 비료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제때 수확을 해야 하는데 북한은 자본장비율(생산과정에서 노동자 한 사람이 어느 정도의 설비자산을 이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의 농업 정책 문제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은 2012년 포전담당제를 실시하면서 개인의 인센티브 확대를 선포했지만 이게 잘 지켜졌다면 2012년부터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식량의 생산이 가파르게 증가했어야 했다”며 “현실은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별 변화 없이 만성적 식량 부족 상태”라고 말했다.
“개인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힘든 집단영농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만든 게 포전담당제잖아요. 특정 농민이나 분조(分組)가 어느 해 좋은 성과를 내서 정말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았다면 과연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뭔가 사회적인 압박이 있는 것 같아요. ‘너희만 잘 살 수는 없다’는 압력이 직간접적으로 있었을 것 같고, 해당 농민이나 분조에선 이를 나름대로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대북제재가 농업에 직접적으로 끼친 영향은 적을 것이라 진단했다. “북한 농업은 워낙 낙후된지 오래인데다 대북제재의 주요 타깃은 무역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농업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 등엔 차질이 있어 간접적으로 영향은 받았을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