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면 기숙사 출입도 셔틀버스 탑승도 금지…대학 기숙사 규율백태
충남 천안에 있는 백석대 신입생 박모씨(20)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동기들과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숙사 입구에서 교내 자체 음주단속에 걸려 기숙사 출입을 금지당한 것이다. 박 씨는 늦은 밤 학교 근처 자취방에 살고 있는 친구 집으로 다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기독교 학교인 백석대는 기숙사 입구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매달 불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술을 마신 학생은 기숙사에 들어올 수 없다. 학교 셔틀버스에도 탑승이 금지된다.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위한 규율이라고 하지만 자기결정권을 가진 성인들에게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학내에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백석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술 마신 학생이 소란을 피우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취자 출입 금지 규율을 환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음주를 즐기는 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 있는 호서대 기숙사에는 의무 학습시간이 정해져 있다. 밤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는 의무적으로 자습을 해야 한다. 의무 학습시간에게 기숙사 자습 좌석에 앉아있지 않으면 벌점을 받는다. 벌점이 쌓이면 다음 학기 기숙사 배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호서대 재학생 전모씨(22)는 “고등학교 때도 하지 않은 ‘야자(야간 자율학습)’를 대학에 와서 하고 있다”며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학생들의 자율성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이 학생 생활 지도 및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한 ‘통금 시간’이 학생들을 되레 위험으로 내몬다는 의견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 기숙사는 자체적으로 출입 통제 시간을 정해놓고 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 중앙대 등은 새벽 1시 이후 기숙사 출입을 금지한다. 출입 통제 시간 전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 근처 찜질방이나 PC방 등에서 밤을 지새워야 한다.

기숙사 거주 조건으로 대학이 특정 종교를 강요한다는 지적도 있다. 백석대는 기숙사 생활수칙에 개강 예배와 아침 성경 공부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7일 A신학대에서 생활관 입사 신청 시 새벽 예배에 참석하기로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고, 5회 불참하면 생활관을 퇴사하도록 하는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