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국영기업들이 잇따라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이 미중 무역갈등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기술부문에서 규제나 봉쇄에 나설 경우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중국 국영업체들이 과거의 경험을 내세워 돌파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국영 중국철도건설총공사(CRCC)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과거에는 갱도굴착기(TBMs)를 수입해야 했고, 수리할 때도 외국 전문가들에게 의존했다"면서 "그들은 수리 장면도 보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처음부터 시작했고, 결국 국내산 TBMs를 만들어냈다"면서 "이제 중국제 TBMs가 세계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 경쟁자들은 중국 때문에 제품 가격을 40%나 낮췄다"고 성과를 내세웠다.

국영 원전업체인 중국핵공업그룹(CNNC)도 웨이보를 통해 "중국 핵 프로그램은 봉쇄와 제재 속에서 시작했다.

우리는 주판을 이용해 양성자·중성자 문제를 풀었다"면서 "핵 프로그램의 성공은 기술적 봉쇄에 대한 대처능력을 보여주는 최상의 예"라고 평가했다.

중국 우주탐사를 이끄는 중국항천과기집단(CASTC)은 "우리는 시작 당시 타국 인공위성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달 뒷면에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착륙시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국제시장연구부의 바이밍(白明) 부주임은 미국이 지난해 중국 통신 대기업 ZTE(중싱통신)에 반도체 문제로 첫 타격을 가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기술 분야 자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때문에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ZTE와) 비슷하게 접근했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화웨이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ZTE는 지난해 4월 미 당국의 수출 규제로 핵심 부품인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해 경영 위기에 봉착하자, 거액의 과징금 납부와 함께 경영진 교체 등을 받아들이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ZTE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다만 바이 부주임은 "상당수 국영기업은 국가 전략 및 안보와 밀접히 관련 있는 관계로 생존과 성공을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면서 "다수 민영기업에는 그러한 자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모든 민영기업이 화웨이처럼 미국의 압박을 견뎌낼 능력을 갖춘 게 아니다"면서 "화웨이는 기술에 중점적으로 투자했다. 이 덕분에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국영이나 민영기업을 막론하고, 기업이 연구개발(R&D) 역량을 끌어올려 무역분쟁에 따른 잠재적 위협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