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 사절단에 호소…"러 공세 막는데 美 지원 필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신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러 제재를 계속해 강화해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 뒤 미국 축하사절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계속해 강화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식에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의회 사절단을 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강력하고 아주 중요한 파트너다. 특히 러시아의 공세를 막는 데 있어서 그렇다"면서 "우리 스스로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와 크림에서의 러시아 공세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우크라 신임 대통령, 美에 "대러 제재 강화해 달라" 요청
젤렌스키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을 지키고 내부 개혁을 추진하는 데서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젤렌스키는 앞서 이날 취임사에서 돈바스 지역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 중단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꼽으면서 이 과제 이행을 위해 대통령직을 내놓을 준비까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 그다음 과제라면서 "크림과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땅이다"라고 역설했다.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뒤 분리·독립을 선언하고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두 공화국의 분리주의 반군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정부군과 반군 간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1만3천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양측은 지난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교전 중단과 평화 정착 방안에 합의하고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서방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외국 영토 강제 점령이라고 규정하고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데 대해서도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크림병합은 현지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돈바스 지역 분쟁은 우크라이나 내부 문제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스크 협정'을 토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