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 (과거사 문제에) 확실히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전날 중재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데 이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NHK에 따르면 고노 외상은 이날 외무성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억제적으로 대응해왔지만, 이(낙연) 총리가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며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사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필요하면 국제사법의 장에서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취임 인사차 방문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에게 중재 요청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며 한국 정부가 중재에 응하도록 촉구했다.

일본이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일종의 명분 쌓기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용해 ‘한국은 한·일관계 개선에 의지가 없다’는 증거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도 지난 4개월간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한국이 중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은 노력하지만 한국은 방치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