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씨(43)는 해외 근무 발령을 받아 다음달 가족과 영국으로 출국할 계획이다. 현재 거주하는 본인 소유 주택은 해외에 근무하는 동안 전세를 줄 계획이다. 주민등록은 부모님 소유 주택으로 주소를 옮길 예정이다.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거주불명자로 등록되는 것을 피하고, 우편물 등도 받을 목적에서다. 문제는 세금. 부모님이 소유하고 거주하는 주택으로 주소를 옮기면 본인 소유 주택과 합산돼 다주택 보유자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대 기준으로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커지고 양도소득세 비과세는 불가능해진다. 또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배제되고 중과세까지 될 수 있다.

주택에 대한 세금은 다른 부동산 세금과 구분되는 큰 특징이 하나 있다. 세대기준으로 몇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세금 크기에 영향을 준다. 일견 가족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위헌적 요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모든 세금은 개인별로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도 사실은 개인별로 과세한다. 다만 주택 숫자를 카운트할 때 세대기준으로 계산한다. 세금은 각자를 기준으로 계산하되, 세대를 기준으로 주택 숫자를 파악한 뒤 그에 따른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세대기준으로 주택 숫자가 늘어나면 종합부동산세는 세 가지 이유로 증가한다. 첫째, 종합부동산세 기준금액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아진다. 세대기준으로 1채의 주택을 단독명의로 보유한 경우 종합부동산세 기준금액은 9억원이다. 하지만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거나 공동명의로 보유한 경우 기준금액은 6억원으로 낮아진다.

둘째,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높아진다. 조정대상지역에 세대기준으로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거나 지역에 상관없이 3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 무거운 세율로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한다.

셋째, 종합부동산세 세부담상한선에 영향을 준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갑작스럽게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부담상한선 제도를 두고 있다. 전년에 납부한 종합부동산세의 1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그 한도를 정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세대기준으로 조정대상지역에 2채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는 200%, 지역에 상관없이 3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는 300%로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보다 심각한 것은 양도소득세다. 세대기준으로 주택이 2채 이상인 경우 양도소득세 비과세는 불가능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매각하는 주택이 조정대상지역에 있으면 양도소득세는 기본세율(6~42%)에 10%포인트를 가산한 세율을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물 건너간다. 15년 전에 5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10억원에 매각하는 사례를 가정해보자. 이 주택이 조정대상지역에 있다면 1세대 1주택일 때 양도소득세는 49만원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세대구성원에게 1채의 주택이 있을 경우, 즉 세대기준으로 2채의 주택을 보유한 상황에서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는 2억4000만원 수준으로 껑충 뛴다. 이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는 것을 알면서 부모님 주택으로 주민등록을 옮겨 놓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만 임시로 주소를 옮긴 것이 확실하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 근무 목적으로 부모님 주소에 주민등록을 옮기는 경우는 무거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즉 형식적인 세대 구성으로 늘어난 주택은 주택 숫자에서 제외한다. 하지만입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법에서는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하면서 1세대 1주택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주민등록상 기재 내용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실질에 따라 동일 세대를 판단한다.

홍씨는 해외주재원 발령통지서, 주민등록등본, 출입국 내역서 등을 첨부해 부모님과 동일세대원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 양도소득세도 비슷하다. 1세대 1주택에 해당하는지 2주택에 해당하는지는 주민등록법상 세대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생계를 함께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부모님과 주민등록상으로는 동일 세대를 이루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별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별도 세대로 보아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등록상 내용이 실제와 다르기 때문에 납세자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증빙을 제출해야 한다.

원종훈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