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앤아웃 버거, 美 3대 수제버거 중 하나…미 서부 명물로 꼽혀
사람들 붐비는 곳에 관심가는 '페스티벌 이펙트', "줄 서는 것도 놀이"
22일 오전 11시.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로 꼽히는 인앤아웃(In-N-Out) 버거의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이 열린 강남역 인근에서 유튜버 한현희(25·대학생) 씨가 휴대폰을 꺼내들어 셀카봉에 끼운 뒤 방송을 시작했다. 한씨는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줄 서는 것부터 맛보는 것까지 희소성 있는 콘텐츠가 될 것 같아 아침 일찍부터 왔다"며 "기존에 만들었던 방송보다 반응이 훨씬 좋다"고 했다.
인앤아웃 버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단 3시간 만 임시매장을 운영했다. 이미 개점 3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해 오전 9시부터는 긴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첫 손님은 오전 5시30분에 매장 앞에 도착해 무릎담요를 들고 쪽잠을 잤다. 문을 열기 30분 전 이미 350명 넘는 인원이 줄을 섰고 인앤아웃 버거가 준비한 250인분의 '붉은 팔찌'(입장 대기표)는 1시간 전 동이 났다.
줄을 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대였다. 비교적 뒷줄에 서 붉은 팔찌를 겨우 받았다는 양진호(25·취업준비생) 씨는 "평소 버거를 즐겨 먹는데 그중 인앤아웃은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브랜드"라며 "아직 한국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몰라 친구들이랑 같이 왔다"고 했다. 인앤아웃 버거 미국 본사 직원인 에릭 씨(매니저)는 "이번 한국 임시매장은 글로벌 테스트 차원의 일환"이라며 "아직 한국 진출 계획은 없다"고 했다.
1948년 미국에서 처음 문을 연 인앤아웃 버거는 미 서부를 대표하는 버거 프랜차이즈다. 2017년 미국 소비자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폴이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버거'로 꼽았다.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버거와 함께 미국 3대 수제버거로 평가된다.
인앤아웃 버거는 모든 재료를 본사에서 직접 배달하고, 재료 배달이 불가능한 지역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미국에서도 3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점포가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네바다주에 몰려 있다. 이날 국내 손님들에게 제공된 냉장육과 채소가 어떻게 조달된 것이냐는 질문에 직원들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인앤아웃 버거가 국내에서 임시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상표권을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특허법에 따르면 상표권을 등록해놓고 3년 이상 홍보 및 영업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국민 누구나 '불사용취소심판'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앤아웃 버거는 앞서 2012년과 2015년에도 국내에서 임시매장을 연 바 있다. 과거에도 국내 소비자들을 '열광'시킨 브랜드는 많았다.
2016년 7월 쉐이크쉑이 국내에 상륙했을 때도 개점 이후 한 달 이상은 최소 2~3시간 줄을 설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당시 쉐이크쉑 1호 매장에서는 하루 평균 3750명, 버거가 3000개씩 팔려 나갔다. 폭염 속에서 기다리는 소비자들에게 닥칠 혹시 모를 건강상 위험을 대비해 쉐이크쉑을 들여온 SPC 측에서 간호사를 준비시킬 정도였다. 지난 4일 서울 성수동에 들어선 블루보틀 역시 개장 당일 커피 한 잔을 주문하기까지 5시간 이상이 소비됐다. 첫 손님은 전날 저녁부터 줄을 서 다음 날 블루보틀 대표 메뉴인 5800원짜리 '뉴올리언스'를 주문해갔다.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는 "한국 소비자들의 열정에 항상 놀란다"며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본 소감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희소 가치가 있는 경험을 먼저 할 수 있다는 '페스티벌 이펙트'로 설명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소비자경제) 교수는 "무더운 날씨 속에 줄을 서 있지만 짜증을 내는 대신 매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를 SNS 상에서 공유하는 것은 줄서는 것조차 하나의 놀이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희소가치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느끼고 싶다는 심리에 기반을 둔 현상"이라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