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는 1991년 한국에 진출했다. 여의도에 1호 매장을 내며 직장인들의 아침 식사를 책임지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속재료를 하나하나 골라넣는 써브웨이 만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수도권에선 패스트푸드 버거 전문점들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중반 경영난으로 부도 위기까지 찾아왔다. 써브웨이의 한국 시장 안착은 실패한 듯 보였다.

2006년 미국 본사가 직접 나섰다.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대대적인 경영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재료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 했다.

이후 써브웨이는 매장수를 연평균 60여개씩 늘리며 순항하고 있다. 23일 써브웨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매장수는 352개까지 늘었다. 2014년 108개 수준에서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에 진출한 뒤 15년 간 낸 매장수보다 최근 3년 간 출점 수가 더 많다.

매출도 2017년에는 전년보다 209%, 지난해에는 114% 뛰었다. 써브웨이는 연초 올해 매장수를 4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최근 420개로 수정했다.
[1등의 품격] 4년 만에 매장수 3배↑…'나만의 레시피' 열풍 올라탄 써브웨이
국내에서 침체기를 겪던 써브웨이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는 1인 가구 중심의 외식 트렌드에 부합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써브웨이는 작은 소비 하나까지도 이른바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화)'을 추구하는 2030세대의 니즈를 공략했다.

써브웨이는 고기 패티를 쓰는 일반 버거와 달리 터키(칠면조), 로스트치킨(구운 닭고기), 햄류 등 비교적 저열랑 미트류 선택이 가능하다. 또 양배추, 치즈, 피망, 토마토, 양파, 피클, 올리브 등 생야채를 듬뿍 넣을 수 있다. 샌드위치 처럼 간편식 하나를 먹는 데에도 건강과 칼로리를 신경 쓰는 젊은 세대의 수요를 맞춘 것이다.

써브웨이의 15cm짜리 샌드위치는 가장 열량이 높은 조합의 메뉴라도 500킬로칼로리(㎉)를 넘지 않는다. 써브웨이가 판매하는 18가지 종류의 샌드위치 가운데 300㎉ 미만의 제품만 해도 7가지다. 성인 하루 권장 열량이 약 2500㎉인 것을 감안하면, 열량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다이어트 메뉴로 손색이 없는 셈이다.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써브웨이의 열렬한 팬인 것으로 유명하다.

써브웨이는 선호와 비선호도에 따라 재료를 넣거나 빼는 게 가능하다. 재료 종류만 빵 6개, 야채 9개, 치즈 2개, 소스 13개 등이 있다. 워낙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써브웨이를 맛있게 먹는 '자신만의 레시피' 게시물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현재 '써브웨이'와 관련된 태그로 올라온 게시물이 30만개를 넘는다.

써브웨이는 독특한 가맹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식자재, 기자재, 인테리어 제품 일체를 가맹점주가 주축이 돼 설립한 비영리 독립구매 회사를 통해 공급한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시설비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프랜차이즈의 고질적 문제를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모든 마케팅 예산은 가맹점주 대표로 구성된 광고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집행한다. 이 때문에 가맹점 수익성도 경쟁사에 비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브랜드별 매장당(3.3㎡) 월 평균 매출은 써브웨이 3024만원, 맘스터치 1381만원, 롯데리아 1253만원, 버거킹 1254만원, KFC 1329만원이다. 써브웨이가 다른 브랜드보다 2배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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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메뉴에 치중하는 미국 써브웨이와 달리 한국에선 화제의 식재료를 즉각 메뉴에 반영하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지난해에는 돼지고기 바비큐를 잘게 찢어 만든 '풀드포크(pulled pork)'를 이용해 새로운 샌드위치와 소스를 출시했고, 아보카도를 메인토핑으로 활용한 '아보카도 시리즈'도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지난 3월 출시한 신메뉴 '쉬림프 시리즈'는 한 달 만에 30만개가 팔렸다.

이 같은 인기는 매출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으며, 전체 매장 매출액도 이 기간 112% 늘었다. 써브웨이 관계자는 "다양한 신메뉴 출시와 웰빙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점 등이 젊은 세대에게 어필한 요인"이라며 "올해는 전국 420호점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