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상상력 필요한 AI시대…'문송합니다'란 말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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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빅데이터 잡콘서트'
와이즈넛 'AI - 사람 소개팅' 대결
블라인드 대화에서 AI가 완승
데이터분석은 인문계 출신 유리
와이즈넛 'AI - 사람 소개팅' 대결
블라인드 대화에서 AI가 완승
데이터분석은 인문계 출신 유리
남성과 인공지능(AI)이 소개팅에 나오면 여성은 누구를 선택할까?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언어처리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와이즈넛은 지난해 ‘AI와 인간의 소개팅 대결’ 게임을 했다.
게임 방식은 소개팅에 나온 4명의 여성이 남성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질문에 대한 대답만으로 데이트를 하고 싶은 상대를 선택하는 것. 결과는 AI의 완승이었다. 여성 모두가 AI 답변을 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떤 답변을 들었길래 여성들이 반했을까. “첫인상을 중요하게 여기나요?”란 여성의 질문에 AI는 “외모보다 내면의 인간적인 모습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답을 내놨다. 또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죠?”란 질문에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조금씩 성장해 가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21일 서울 능동 건국대에서 열린 한경 ‘빅데이터 잡콘서트’에 온 김영래 와이즈넛 이사가 AI 실험 영상을 보여주자 강연장을 찾은 대학생들은 “AI의 발전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이사는 “AI 능력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우수하다”며 “하지만 AI의 딥러닝을 학습시키기 위해선 인문학적 상상력을 지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관련 분야가 인문계 출신 취업준비생의 돌파구가 돼 ‘문송합니다’란 말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빅데이터 잡콘서트에는 와이즈넛 외에 SK텔레콤, 신한카드, 이노션월드와이드 등 국내 대기업에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빅데이터 강연을 듣기 위해 지방에서도 학생들이 몰려왔다. “한경 기사를 보고 대전에서 왔다”는 임원기 씨(한남대 경제학과)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 중이었는데 잡콘서트에서 와이즈넛이라는 회사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강사들의 생생한 사례 발표에 잡콘서트에 참석한 200여 명의 대학생은 네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스토리텔링 능력 중요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문학도들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정선 SK텔레콤 데이터사업부장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은 복잡한 현실세계에 통찰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데이터 패턴을 분석해 미래 트렌드를 보여주려면 이공계생보다는 인문계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임재성 이노션 데이터커맨드팀 부장도 “회사 내 중요한 전략·기획회의 땐 데이터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라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21세기 가장 섹시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빅데이터 직업이 유망하다는 것을 실증적인 데이터로 제시했다. 김 이사는 “2017년 8억달러(약 9557억원)였던 글로벌 챗봇(채팅+로봇)시장은 2021년엔 32억달러(약 3조8233억원)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연평균 35.2%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가 기존의 의료, 금융분야에서 공공, 이커머스, 관광산업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이어서 빅데이터 관리자의 몸값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상수 신한카드 빅데이터사업본부 셀장은 세계 최고 직장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의 자료를 제시하면서 “올해 미국 내 가장 인기 있는 직업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꼽혔다”며 “데이터 전문가의 평균 연봉은 10만8000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넛 대표도 철학도 출신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의 질문에 김 이사는 “먼저 데이터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수학이 싫어 인문계로 왔는데 ‘또 수학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한 통계수학이 아니라 그 통계 뒤에 숨겨진 뜻을 발견해서 그것을 상품과 매출에 연결시키는 재미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속에 있는 다양한 상관관계를 끄집어내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마이닝’ 같은 직무는 오히려 국문과 출신들이 훨씬 탁월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는 와이즈넛의 대표도 철학도라고 덧붙였다.
우 셀장도 “잘나가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모두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며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고객과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 그 데이터로 무엇을 전달하면 영향력이 클지를 항상 생각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부장은 “빅데이터는 인프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데이터 조사 등 네 가지 산업 생태계로 구성된다”며 “이 가운데 자신의 관심 분야를 먼저 선택해서 공부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온라인에서 ‘빅데이터 산업 생태계’를 검색하면 다양한 자료가 있다. 김 부장은 빅데이터 분야에서 요구되는 자질로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과학 마인드 △커뮤니케이션 능력 △윤리의식 △협업 능력 △상상력 등을 꼽았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한경 빅데이터 잡콘서트의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한국경제JOB’에서 녹화된 방송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언어처리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와이즈넛은 지난해 ‘AI와 인간의 소개팅 대결’ 게임을 했다.
게임 방식은 소개팅에 나온 4명의 여성이 남성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질문에 대한 대답만으로 데이트를 하고 싶은 상대를 선택하는 것. 결과는 AI의 완승이었다. 여성 모두가 AI 답변을 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떤 답변을 들었길래 여성들이 반했을까. “첫인상을 중요하게 여기나요?”란 여성의 질문에 AI는 “외모보다 내면의 인간적인 모습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답을 내놨다. 또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죠?”란 질문에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조금씩 성장해 가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21일 서울 능동 건국대에서 열린 한경 ‘빅데이터 잡콘서트’에 온 김영래 와이즈넛 이사가 AI 실험 영상을 보여주자 강연장을 찾은 대학생들은 “AI의 발전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이사는 “AI 능력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우수하다”며 “하지만 AI의 딥러닝을 학습시키기 위해선 인문학적 상상력을 지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관련 분야가 인문계 출신 취업준비생의 돌파구가 돼 ‘문송합니다’란 말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빅데이터 잡콘서트에는 와이즈넛 외에 SK텔레콤, 신한카드, 이노션월드와이드 등 국내 대기업에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빅데이터 강연을 듣기 위해 지방에서도 학생들이 몰려왔다. “한경 기사를 보고 대전에서 왔다”는 임원기 씨(한남대 경제학과)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 중이었는데 잡콘서트에서 와이즈넛이라는 회사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강사들의 생생한 사례 발표에 잡콘서트에 참석한 200여 명의 대학생은 네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스토리텔링 능력 중요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문학도들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정선 SK텔레콤 데이터사업부장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은 복잡한 현실세계에 통찰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데이터 패턴을 분석해 미래 트렌드를 보여주려면 이공계생보다는 인문계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임재성 이노션 데이터커맨드팀 부장도 “회사 내 중요한 전략·기획회의 땐 데이터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라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21세기 가장 섹시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빅데이터 직업이 유망하다는 것을 실증적인 데이터로 제시했다. 김 이사는 “2017년 8억달러(약 9557억원)였던 글로벌 챗봇(채팅+로봇)시장은 2021년엔 32억달러(약 3조8233억원)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연평균 35.2%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가 기존의 의료, 금융분야에서 공공, 이커머스, 관광산업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이어서 빅데이터 관리자의 몸값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상수 신한카드 빅데이터사업본부 셀장은 세계 최고 직장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의 자료를 제시하면서 “올해 미국 내 가장 인기 있는 직업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꼽혔다”며 “데이터 전문가의 평균 연봉은 10만8000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넛 대표도 철학도 출신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의 질문에 김 이사는 “먼저 데이터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수학이 싫어 인문계로 왔는데 ‘또 수학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한 통계수학이 아니라 그 통계 뒤에 숨겨진 뜻을 발견해서 그것을 상품과 매출에 연결시키는 재미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속에 있는 다양한 상관관계를 끄집어내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마이닝’ 같은 직무는 오히려 국문과 출신들이 훨씬 탁월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는 와이즈넛의 대표도 철학도라고 덧붙였다.
우 셀장도 “잘나가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모두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며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고객과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 그 데이터로 무엇을 전달하면 영향력이 클지를 항상 생각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부장은 “빅데이터는 인프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데이터 조사 등 네 가지 산업 생태계로 구성된다”며 “이 가운데 자신의 관심 분야를 먼저 선택해서 공부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온라인에서 ‘빅데이터 산업 생태계’를 검색하면 다양한 자료가 있다. 김 부장은 빅데이터 분야에서 요구되는 자질로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과학 마인드 △커뮤니케이션 능력 △윤리의식 △협업 능력 △상상력 등을 꼽았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한경 빅데이터 잡콘서트의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한국경제JOB’에서 녹화된 방송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