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맞받아치는 中
美, 하이크비전 견제 나서
뉴욕타임스는 미 상무부가 하이크비전을 기술수출 제한 목록(entity list)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이크비전 저장다화 등 총 5개 중국 감시장비 제조업체가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크비전의 감시 카메라 등 보안장비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무슬림을 감시하고 억압하는 데 쓰인다는 이유에서다.
하이크비전이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 기업들은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하이크비전에 부품·소프트웨어를 공급할 때 정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거래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하이크비전은 감시카메라업계 세계 1위로 중국 정부가 전국에 감시용 폐쇄회로TV(CCTV) 망을 구축하면서 매년 급성장해왔다. 최대주주가 중국 중앙정부 직할 국유기업인 중국전자과기그룹(CETC)으로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크비전은 감시 장비에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능까지 덧붙여 중국 당국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미국에도 진출해 감시카메라 등에서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하이크비전에 대해 화웨이만큼이나 따가운 경계의 시선을 보내왔다. 미 의회는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중국산 감시카메라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화웨이의 통신장비처럼 백도어 등 보안 취약점이 숨겨져 있을 수 있어 국가 안보에 ‘치명적 위험’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의원들은 또 중국의 무슬림 탄압에 연루된 기업을 제재하라고 초당적으로 행정부에 요구해왔다.
미 정부는 첨단기술 분야의 미국 기업에 취업하려는 중국인의 고용 승인도 지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 퀄컴 등 미 기업이 첨단 분야에서 외국 인력을 고용하려면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유독 중국인에 대한 허가절차가 늦춰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과거에는 수주 만에 끝났지만, 작년부터는 6~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상무부가 기술 해외 유출을 우려해 고용허가를 면밀히 심사하고 있으며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등과도 공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13~2017년 미 기업의 첨단 분야에서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 중 중국인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다각도로 보복 나선 중국
미국의 압박에 중국도 항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맨 앞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섰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 장시성의 희토류 생산설비를 둘러본 뒤 중국 공산군(홍군) 대장정 출발 기념비에 헌화했다. 이어 21일엔 장시성의 육군보병학교를 찾아 간부들을 격려하고 이례적으로 훈련상황도 직접 점검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2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모든 학업은 전쟁과 승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미국과의 무역전쟁 승리 의지를 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와 중국남방항공이 미국 보잉 737 맥스 항공기의 장기간 운항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전날엔 중국동방항공이 보잉에 같은 사안으로 소송을 냈다. 외신들은 중국의 ‘빅3’ 항공사가 비슷한 시기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무역전쟁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산 원유 구매 계약도 중단했다. 송유관 및 터미널 운영 업체인 엔터프라이즈프로덕트파트너스의 짐 테이그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석유업계와의 원유 장기 거래에서 발을 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은 미국에서 하루평균 37만7000배럴을 사들여 미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됐다.
화웨이는 미 정부의 제재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대체할 자체 OS 실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