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OECD의 '최저임금 경고' 뺀 기재부
요즘 정부가 경기 상황과 관련한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경제부처 출입기자들은 ‘팩트 체크’를 하느라 분주해진다. 정부가 “경제 상황이 좋다”며 근거로 제시하는 통계자료들이 현실과 다를 때가 많아서다.

이런 식이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저임금 근로자 비중과 임금 5분위(상위 20% 평균 임금을 하위 20% 평균 임금으로 나눈 값) 배율이 역대 최저로 낮아졌다”고 했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수준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저임금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도 이 수치를 낮추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는 통계 등을 언급할 때 ‘자신들이 불리한 부분은 쏙 뺀다’는 의혹을 자주 받아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1일 배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 보고서 참고자료’를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참고자료는 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 내용을 발췌해 번역한 것이다. 기재부는 “OECD가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 원인으로 ‘글로벌 교역 둔화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고용위축 등’을 꼽았다”고 했다. 하지만 원문에는 첫 문단부터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창출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고용 악화가 저숙련자 일자리에 집중됐다” “1분기 일자리 대부분이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 국한됐다”는 내용도 번역본에서는 빠졌다. 대신 정부 정책 방향과 맞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권고는 강조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등은 지난해부터 언급됐던 내용이라 새로운 것만 실었다”며 “정부 제공 자료는 전문(全文) 번역이 아니라 참고용이고, 고의로 내용을 누락할 생각이었다면 원문을 보도자료에 싣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계속 현실과 다른 ‘장밋빛 경제 전망’만 내놓는 상황에서 국제기구의 비판적 내용만 의도적으로 뺀 것은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는 지적이 많다. 오죽하면 “지표 99개가 악화되고 1개가 좋아지면 경제가 좋다고 자축하는데 발표를 어떻게 믿나”(서울 사립대의 한 경제학과 교수)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