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투자유치 '무한경쟁' 속 글로벌기업 위상 재확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2일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단독 회동하면서 최근 외국 정상급 인사와의 잇단 만남과 그 배경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근 전세계 각국 정상들이 직접 투자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의 위상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6차례 외국 정상급 인사와 만났으며, 이 가운데 2번의 회동은 삼성전자의 국내외 생산시설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 당시 현지 삼성전자 노이다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 문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나란히 참석한 게 첫번째다.
"몸값 높아진 삼성"…이재용, 외국 정상급 인사와 잇단 회동
또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 총리 공관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하고 베트남에 대한 중장기 투자와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올들어서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왕세제를 만났으며, 곧이어 방한한 모하메드 왕세제의 요청으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또 같은달 인도 모디 총리가 국빈방한하면서 청와대를 통해 "방한기간에 이재용 부회장을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 부회장이 출장일정을 바꿔 급거 귀국해 국빈오찬에 참석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진출해 있는 국가 입장에서 삼성은 단순히 외국기업이 아니라 '로컬 기업'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삼성의 기술력과 투자를 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 국가의 리더들이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삼성을 상대로 '구애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주요국 정상급 인사들이 직접 '삼성 투자' 유치에 나선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날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텍사스주(州) 지사 시절에 삼성전자의 첫 해외 반도체 생산라인인 오스틴 공장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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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014년 4월 방한 기간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급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2005년 절강(浙江)성 당서기를 맡고 있을 때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직접 방문했으며, 삼성전자는 2012년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했다.

시 주석은 이런 인연으로 2014년 7월 서울, 같은 해 10월 베이징(北京)에서 잇따라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등이 진출해 국가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베트남의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은 2014년 10월 방한했을 때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이 부회장과 환담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치열한 통상전쟁 속에 각국 지도자들이 투자유치에 나서면서 삼성의 몸값이 높아졌다"면서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