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옷이 없네" 동생 푸념 듣고 대학원때 의류 대여 서비스 시작…10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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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하이만 렌트더런웨이 공동 창업자 겸 CEO
처음엔 명품 정장·드레스 렌털
직접 옷 빌리며 불편한 점 개선
방송·SNS 입소문 적극 활용
처음엔 명품 정장·드레스 렌털
직접 옷 빌리며 불편한 점 개선
방송·SNS 입소문 적극 활용
동생이 “입을 옷이 없다”며 옷장을 뒤지는 모습을 본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한 여학생은 친구와 2009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정보기술(IT)가 아닌 의류 분야의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창업 10년 만에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1950억원)짜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미국 민간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여성은 아직 20명이 채 안 된다.
미국 의류대여 기업 ‘렌트더런웨이’의 공동 창업차 겸 최고경영자 제니퍼 하이만(사진·39)의 얘기다. 하이만 CEO는 향후 렌트더런웨이를 증시에 상장해 더 큰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 3월 프랭클린템플턴과 베인캐피털벤처로부터 총 1억25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하이만 CEO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우선 활용하고 기업공개(IPO) 시기를 적절하게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옷 구독 서비스’로 유니콘 기업 키워
하이만 CEO는 2009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기인 제니퍼 플라이스와 렌트더런웨이를 공동 설립했다. 처음엔 ‘런웨이를 빌린다’는 사명대로 고급 의류만 취급했다. 주변 대학원생들이 중요한 모임과 파티가 있을 때마다 명품 정장이나 드레스를 마련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용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내거나 한 번에 대여금을 내 며칠간 옷을 빌리고, 선불 봉투에 옷을 담아 반환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2016년부터는 일상복 대여를 시작했다, 정기구독 프로그램도 내놨다. 이용자가 89~159달러(약 10만~20만원)를 월정액으로 내면 옷을 대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월 89달러짜리 프로그램은 400개 브랜드 제품 중 매달 4개 품목을 빌릴 수 있다. 159달러 프로그램은 600개 이상 브랜드에서 한 번에 4개 품목씩 매월 무제한으로 의류를 빌릴 수 있다. 구독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울 경우엔 품목마다 일정 대여비를 따로 내고 일회성으로 빌릴 수도 있다.
의류 대여 서비스를 일상복으로 넓히면서 정기구독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모았다. 2016년 렌트더런웨이는 연 매출액 1억달러(약 1195억원)를 돌파했고 회원 수 600만 명을 기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렌트더런웨이 회원 수는 약 1100만 명에 이른다.
기업가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렌트더런웨이의 기업가치는 2016년 말 7억5000만달러(약 8964억원)로 추산됐다. 작년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2000만달러(약 239억원)를 투자하면서 렌트더런웨이의 기업가치를 약 8억달러(약 9560억원)로 평가했다. 렌트더런웨이는 지난 3월 말 기업가치를 10억달러로 평가받아 유니콘 대열에 올라섰다.
“나도 서비스 이용자” 경험 활용
하이만 CEO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자사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을 파악하고 개선했다. 렌트더런웨이가 작년 시작한 임부복 서비스가 그런 예다. 하이만 CEO는 2017년 첫 아이를 임신한 뒤 몇 개월 만에 그간 이용한 렌트더런웨이 구독 서비스를 중단했다. 맞는 평상복을 찾기 어려워서다. 이후 기존 서비스에 임부복 품목을 대거 확충했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그는 최근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엔 임부복을 한 점도 새로 사지 않았다”며 “렌트더런웨이 임부복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여 서비스도 이용자 입장을 고려해 짰다. 렌트더런웨이는 단순히 옷을 빌려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을 장소와 상황 등에 따라 옷을 큐레이션해준다. 평소에 직장에서 입을 옷, 저녁에 데이트할 때 입을 옷, 결혼식에 하객으로 갈 때 입을 옷 등을 따로 추천하는 식이다.
하이만 CEO는 창업 전에 다른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주요 모델에이전시인 IMG의 패션부문에서 뉴미디어 사업을 다뤘다. 웨딩채널닷컴에선 온라인 광고 업무를 맡은 적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 초기부터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해 입소문을 탔다. 2011년엔 당시 인기 드라마 ‘가십 걸’과 협업해 극의 등장인물이 다양한 명품 의류를 입기 위해 렌트더런웨이를 이용한다는 내용으로 간접광고(PPL)를 내 화제를 모았다.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등에선 대여 제품을 활용한 패션 사진을 공유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홍보한다.
꾸준한 사업 혁신과 확장
하이만 CEO는 렌트더런웨이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사용자 추천 서비스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스마트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술 혁신에도 열심이다. “누구도 내게 분기마다 적자를 내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다. CEO로서 회사 수익을 내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라고 하이만 CEO는 강조한다.
지난달엔 어린이용 렌트더런웨이 의류 대여 서비스를 내놨다. 올여름 중엔 미국의 유명 홈퍼니싱 업체 ‘웨스트 엘름’과 손잡고 이불과 베개 커버 등을 정기적으로 대여할 수 있는 가정용품 구독 서비스를 출범한다. “의류뿐 아니라 모든 실생활 제품을 대여하는 서비스로 확장할 것”이라는 것이 하이만 CEO의 설명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확장해 오프라인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이용자들이 직접 옷을 보고 대여를 결정할 수 있고, 배송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이미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작년부터는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와 협업해 미국 곳곳에서 팝업 방식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미국 의류대여 기업 ‘렌트더런웨이’의 공동 창업차 겸 최고경영자 제니퍼 하이만(사진·39)의 얘기다. 하이만 CEO는 향후 렌트더런웨이를 증시에 상장해 더 큰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 3월 프랭클린템플턴과 베인캐피털벤처로부터 총 1억25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하이만 CEO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우선 활용하고 기업공개(IPO) 시기를 적절하게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옷 구독 서비스’로 유니콘 기업 키워
하이만 CEO는 2009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기인 제니퍼 플라이스와 렌트더런웨이를 공동 설립했다. 처음엔 ‘런웨이를 빌린다’는 사명대로 고급 의류만 취급했다. 주변 대학원생들이 중요한 모임과 파티가 있을 때마다 명품 정장이나 드레스를 마련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용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내거나 한 번에 대여금을 내 며칠간 옷을 빌리고, 선불 봉투에 옷을 담아 반환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2016년부터는 일상복 대여를 시작했다, 정기구독 프로그램도 내놨다. 이용자가 89~159달러(약 10만~20만원)를 월정액으로 내면 옷을 대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월 89달러짜리 프로그램은 400개 브랜드 제품 중 매달 4개 품목을 빌릴 수 있다. 159달러 프로그램은 600개 이상 브랜드에서 한 번에 4개 품목씩 매월 무제한으로 의류를 빌릴 수 있다. 구독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울 경우엔 품목마다 일정 대여비를 따로 내고 일회성으로 빌릴 수도 있다.
의류 대여 서비스를 일상복으로 넓히면서 정기구독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모았다. 2016년 렌트더런웨이는 연 매출액 1억달러(약 1195억원)를 돌파했고 회원 수 600만 명을 기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렌트더런웨이 회원 수는 약 1100만 명에 이른다.
기업가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렌트더런웨이의 기업가치는 2016년 말 7억5000만달러(약 8964억원)로 추산됐다. 작년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2000만달러(약 239억원)를 투자하면서 렌트더런웨이의 기업가치를 약 8억달러(약 9560억원)로 평가했다. 렌트더런웨이는 지난 3월 말 기업가치를 10억달러로 평가받아 유니콘 대열에 올라섰다.
“나도 서비스 이용자” 경험 활용
하이만 CEO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자사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을 파악하고 개선했다. 렌트더런웨이가 작년 시작한 임부복 서비스가 그런 예다. 하이만 CEO는 2017년 첫 아이를 임신한 뒤 몇 개월 만에 그간 이용한 렌트더런웨이 구독 서비스를 중단했다. 맞는 평상복을 찾기 어려워서다. 이후 기존 서비스에 임부복 품목을 대거 확충했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그는 최근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엔 임부복을 한 점도 새로 사지 않았다”며 “렌트더런웨이 임부복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여 서비스도 이용자 입장을 고려해 짰다. 렌트더런웨이는 단순히 옷을 빌려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을 장소와 상황 등에 따라 옷을 큐레이션해준다. 평소에 직장에서 입을 옷, 저녁에 데이트할 때 입을 옷, 결혼식에 하객으로 갈 때 입을 옷 등을 따로 추천하는 식이다.
하이만 CEO는 창업 전에 다른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주요 모델에이전시인 IMG의 패션부문에서 뉴미디어 사업을 다뤘다. 웨딩채널닷컴에선 온라인 광고 업무를 맡은 적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 초기부터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해 입소문을 탔다. 2011년엔 당시 인기 드라마 ‘가십 걸’과 협업해 극의 등장인물이 다양한 명품 의류를 입기 위해 렌트더런웨이를 이용한다는 내용으로 간접광고(PPL)를 내 화제를 모았다.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등에선 대여 제품을 활용한 패션 사진을 공유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홍보한다.
꾸준한 사업 혁신과 확장
하이만 CEO는 렌트더런웨이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사용자 추천 서비스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스마트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술 혁신에도 열심이다. “누구도 내게 분기마다 적자를 내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다. CEO로서 회사 수익을 내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라고 하이만 CEO는 강조한다.
지난달엔 어린이용 렌트더런웨이 의류 대여 서비스를 내놨다. 올여름 중엔 미국의 유명 홈퍼니싱 업체 ‘웨스트 엘름’과 손잡고 이불과 베개 커버 등을 정기적으로 대여할 수 있는 가정용품 구독 서비스를 출범한다. “의류뿐 아니라 모든 실생활 제품을 대여하는 서비스로 확장할 것”이라는 것이 하이만 CEO의 설명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확장해 오프라인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이용자들이 직접 옷을 보고 대여를 결정할 수 있고, 배송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이미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작년부터는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와 협업해 미국 곳곳에서 팝업 방식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