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그룹 초청 영어로 30분간 단독대담…"느리지만 함께"
"변화엔 선제대응…지배구조 개편은 모두 만족이 중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성장을 위한 전략적 우선순위로 '고객'을 꼽으며 고객중심 가치를 강조했다.

23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이규성 공동대표와의 단독 대담에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고객 중심으로 회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모든 직원들이 고객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성장 과정에 경쟁자에게 많은 신경을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다시 고객에게 집중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고객의 니즈에 앞서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는 사업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 소유가 아니라 공유를 희망한다"며 "우리 비즈니스를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고객이 우선순위…GBC 공동개발로 핵심사업 재투자"
가장 큰 도전과제로도 미래 트렌드 대응을 꼽았다.

그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효율성 증대가 중요하고 외부 기술을 많이 수용해야 한다"며 "파트너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미래 성공요소"라고 말했다.

자율주행과 전장화 등 미래차 혁신기술을 이끌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전장화는 고객 편의를 증대시켜 주겠지만 결함도 같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쉽게 재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품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강조하면서 스타트업 같은 조직문화로 혁신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따르도록 하는 강력한 리더십이었는데 지금은 같이 논의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려고 한다"며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함께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개발과 관련해선 "삼성동 부지는 미래 가치가 높지만 핵심사업인 자동차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개발 하려는 것"이라며 "수익을 창출해 현대차그룹 핵심사업에 재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GBC는 건축허가 마무리 단계로, 서울시는 22일 제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GBC 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을 수정 가결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고시한 후 건축허가와 굴토·구조 심의 등 착공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는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 실제 착공하려면 투자자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등 모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최대한 많은 투자자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수익을 최대화하고 수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투자자의 목표와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전문가로서 면모도 보였다.

그는 "해외에서 다른 회사 차를 운전하는 등 최대한 많은 차를 운전해 보려고 한다"며 "남양연구소 고속주행 트랙에서는 일반도로에는 느낄 수 없는 자동차의 실제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담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30여분간 영어로 이뤄졌으며, 정 수석부회장이 자본시장 주요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대담형식으로 소통한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