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일의 원자재 포커스] 미국이 '원유 부국' 사우디에 LNG를 수출한다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미국 에너지회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기로 했다.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원유 시추 공정 효율화를 이뤄낸 미국이 이제 세계 최대 원유매장량을 가진 에너지 부국 사우디에 LNG를 수출하는 단계까지 왔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2일(현지시간) 아람코가 이날 미국 에너지회사인 셈프라 에너지로부터 향후 20년 동안 연간 500만t씩 LNG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셈프라에너지 최고경영자(CEO) 제프 마틴은 이날 발표에서 “미국 텍사스주 LNG 시설의 개발을 돕기 위해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협력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는 “이번 협정이 글로벌 LNG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회사의 장기 전략에 있어 중대한 진전”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원유매장량을 가진 사우디가 에너지원으로 미국의 셰일가스를 들여오기로 한 것은 셰일혁명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수압 파쇄, 수평 시추 등 첨단 공법을 앞세워 셰일오일 혁명을 일으켰고 원유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추고 생산량도 늘였다. 사우디에서도 LNG를 생산하지만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아 해외 가스전에 투자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는 사우디가 미국산 LNG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급증하는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연간 수요 (자료: 블룸버그통신, 단위: 100만톤)
급증하는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연간 수요 (자료: 블룸버그통신, 단위: 100만톤)
아람코는 또 이번 거래의 일환으로 텍사스주 포트 아서에 건설중인 LNG 수출시설에 25%의 지분 투자를 할 예정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미국산 저가 LNG 수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들어 LNG는 친환경 연료로 분류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연간 2억3300만t 수준이던 글로벌 LNG 수요는 지난해 3억2400만t으로 뛰었다. 2023년께는 그 두 배가량인 4억2600만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LNG가 석탄을 제치고 원유 다음으로 지배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LNG의 주요 에너지원 내 점유율이 2015년 기준 20.6%에서 2040년 기준 24.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