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에 착수하자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사회복무요원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사회복무요원 모집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제도를 손질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비준을 추진 중인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사회복무요원 제도와 관련된 것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협약이다.
이 협약은 처벌의 위협 아래 비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보고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다만, 의무병역법에 따른 순수한 군사적인 성격의 작업은 예외로 인정한다.
금지 대상인 강제노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보충역의 노동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아 군 복무 대신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다.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은 병역지정업체 근무로 군 복무를 대신한다.
군 복무 대신 행해지는 이들의 노동은 강제성을 띠지만, 군사적인 성격의 작업은 아니기 때문에 제29호 협약에 저촉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둬도 제29호 협약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ILO는 군 복무를 대신하는 비군사적인 성격의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선택으로 '자발성'이 있는 경우에는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기업의 신청이나 개인의 요청에 따라 병역지정업체에 근무하는 형태로 복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의사가 일정 부분 반영되고 있으므로 ILO 협약 취지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복무요원이다.
사회복무요원은 4급 판정을 받으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정 기간 근무를 해야 하므로 자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도 제29호 협약을 비준할 경우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수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해 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협약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4급 판정을 받은 병역 의무자에 대해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할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지 선택권을 준다면 사회복무요원의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볼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역병과 사회복무요원 사이에 선택하도록 하면 사회복무요원으로 갈 게 뻔해 선택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병역 의무자 중에는 4급 판정을 받아도 현역병으로 명예롭게 군 복무를 하고 싶어 체중을 줄이거나 질병을 고쳐 병역판정검사에 재도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군 당국으로서는 4급 판정을 받은 병역 의무자를 현역병으로 받을 경우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다.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ILO 핵심협약 위반 여부는 과거에도 논란이 됐으나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6년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ILO 협약 비준을 권고하며 사회복무요원에 대해서는 현역병 복무보다 유리한 점과 유사시 현역병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협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