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워런 버핏 꿈꾸던 청년…국내에 없던 밀키트 산업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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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4년 만에 1200억 매출
정중교 프레시지 대표의 성공 비결
실패 후 빠른 전략 수정
강력한 원가경쟁력 확보
정중교 프레시지 대표의 성공 비결
실패 후 빠른 전략 수정
강력한 원가경쟁력 확보
“장보기 귀찮은데, 맛있게 요리해 먹고는 싶고….”
맞벌이, 1~2인 가구의 고민을 파고들어 창업 3년여 만에 밀키트(meal kit) 시장을 평정한 기업인이 있다. 국내 1위 밀키트 업체인 프레시지의 정중교 대표(34)다. 프레시지의 ‘밀푀유 나베’ ‘시그니처 스테이크 세트’ ‘자이언트 부대찌개’ 등 50여 개 제품은 국내 모든 온라인몰과 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200억원. 국내 밀키트 시장 추정치(1700억원)의 약 70%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프레시지가 유치한 투자액은 430억원에 달한다.
창업 초기 실패에서 배웠다
정 대표는 대학 때 워런 버핏을 꿈꿨다. 주식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이후 투자자문사에 취업했다. 창업에 눈을 뜬 건 베트남에 파견됐을 때다. 베트남 1위 기업인 빈그룹이 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을 확장하는 걸 지켜봤다. “직접 창업해야 나중에 제대로 된 투자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국에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찾았다. 밀키트였다.
2016년 경기 구리의 작은 창고에서 4명이 시작했다. 프레시지는 온라인으로 정기 배송하는 미국의 블루에이프런을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식재료를 손질하지 않고 그대로 배송하는 미국 모델은 1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한국 소비자들은 한 번 더 손질하는 불편함을 싫어했다.
정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직접 개척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시장을 키워줄 큰 기업,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거인 어깨에 올라탈 체력을 키웠다
프레시지는 완벽하게 손질한 식재료를 담은 ‘편리한’ 밀키트를 대량 생산할 준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5개 밀키트 스타트업이 5억원씩 초기 투자를 받은 2017년 4월. 회사 홍보에 초점을 맞춘 다른 곳과 달리 프레시지는 제조시설에 대부분을 투자했다.
정 대표는 2017년 6월 G마켓에서 2주간 실험했다. 첫주엔 스테이크용 소의 목등심 부위인 척아이롤(500g)을 7000원에 내놨다. 1주일간 3000개가 팔렸다. 그다음주엔 척아이롤(500g)과 새송이버섯(100g), 양파(100g), 올리브오일(30mL) 등을 따로 포장해 밀키트 제품으로 선보였다. 판매가는 1만3900원으로 두 배나 됐지만 1주일 만에 3만 세트가 팔렸다. 바로 요리할 수 있는 형태로 내놓자 판매가 급증했다. 정 대표는 이 실적을 들고 식품·유통업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밀키트는 산업화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던 중 한국야쿠르트를 만났다. 프레시지는 한국야쿠르트가 그해 9월 내놓은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잇츠온’의 밀키트 제품 생산을 모두 맡게 됐다. 웰푸드 인수…강력한 원가 경쟁력 갖춰
2018년부터 판매가 급증하자 밀키트의 핵심 경쟁력인 채소를 미리 손질할 전문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웰푸드’를 인수한 건 프레시지 성장의 변곡점이었다. “밀키트 시장이 급격히 커질 텐데, 함께하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정 대표의 말에 한형석 웰푸드 대표가 공감했다. 그해 2월 주식 맞교환을 통해 웰푸드를 인수했다.
웰푸드 인수는 원가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프레시지는 올해 제주 양파를 ㎏당 약 500원에 사들일 수 있었다. 그전에 구입한 가격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육류를 싸게 사오는 숙제는 정 대표가 직접 풀었다. 정 대표는 전 세계 농장에서 육류를 조달해 각국에 물량을 배정하는 카길코리아를 찾아가 “우리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어 기존 수입업체와 충돌이 없다”며 수입업자로 등록해 달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냉장육 수입업에도 진출해 육류 원가를 낮췄다.
폭발적 성장 … 월 판매량 40만 개로 급증
프레시지의 밀키트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월 4만 개 수준이던 월 판매량은 올해 4월엔 약 40만 개로 10배 증가했다. 자사 브랜드 비중이 75%에 달한다. 회사 외형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17년 1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3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매출이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성장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익이 나면 그걸 재투자해야 할 시기”라며 “아직도 밀키트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400억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2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 준공을 계기로 배달전문점용 밀키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맞벌이, 1~2인 가구의 고민을 파고들어 창업 3년여 만에 밀키트(meal kit) 시장을 평정한 기업인이 있다. 국내 1위 밀키트 업체인 프레시지의 정중교 대표(34)다. 프레시지의 ‘밀푀유 나베’ ‘시그니처 스테이크 세트’ ‘자이언트 부대찌개’ 등 50여 개 제품은 국내 모든 온라인몰과 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200억원. 국내 밀키트 시장 추정치(1700억원)의 약 70%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프레시지가 유치한 투자액은 430억원에 달한다.
창업 초기 실패에서 배웠다
정 대표는 대학 때 워런 버핏을 꿈꿨다. 주식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이후 투자자문사에 취업했다. 창업에 눈을 뜬 건 베트남에 파견됐을 때다. 베트남 1위 기업인 빈그룹이 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을 확장하는 걸 지켜봤다. “직접 창업해야 나중에 제대로 된 투자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국에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찾았다. 밀키트였다.
2016년 경기 구리의 작은 창고에서 4명이 시작했다. 프레시지는 온라인으로 정기 배송하는 미국의 블루에이프런을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식재료를 손질하지 않고 그대로 배송하는 미국 모델은 1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한국 소비자들은 한 번 더 손질하는 불편함을 싫어했다.
정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직접 개척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시장을 키워줄 큰 기업,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거인 어깨에 올라탈 체력을 키웠다
프레시지는 완벽하게 손질한 식재료를 담은 ‘편리한’ 밀키트를 대량 생산할 준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5개 밀키트 스타트업이 5억원씩 초기 투자를 받은 2017년 4월. 회사 홍보에 초점을 맞춘 다른 곳과 달리 프레시지는 제조시설에 대부분을 투자했다.
정 대표는 2017년 6월 G마켓에서 2주간 실험했다. 첫주엔 스테이크용 소의 목등심 부위인 척아이롤(500g)을 7000원에 내놨다. 1주일간 3000개가 팔렸다. 그다음주엔 척아이롤(500g)과 새송이버섯(100g), 양파(100g), 올리브오일(30mL) 등을 따로 포장해 밀키트 제품으로 선보였다. 판매가는 1만3900원으로 두 배나 됐지만 1주일 만에 3만 세트가 팔렸다. 바로 요리할 수 있는 형태로 내놓자 판매가 급증했다. 정 대표는 이 실적을 들고 식품·유통업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밀키트는 산업화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던 중 한국야쿠르트를 만났다. 프레시지는 한국야쿠르트가 그해 9월 내놓은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잇츠온’의 밀키트 제품 생산을 모두 맡게 됐다. 웰푸드 인수…강력한 원가 경쟁력 갖춰
2018년부터 판매가 급증하자 밀키트의 핵심 경쟁력인 채소를 미리 손질할 전문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웰푸드’를 인수한 건 프레시지 성장의 변곡점이었다. “밀키트 시장이 급격히 커질 텐데, 함께하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정 대표의 말에 한형석 웰푸드 대표가 공감했다. 그해 2월 주식 맞교환을 통해 웰푸드를 인수했다.
웰푸드 인수는 원가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프레시지는 올해 제주 양파를 ㎏당 약 500원에 사들일 수 있었다. 그전에 구입한 가격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육류를 싸게 사오는 숙제는 정 대표가 직접 풀었다. 정 대표는 전 세계 농장에서 육류를 조달해 각국에 물량을 배정하는 카길코리아를 찾아가 “우리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어 기존 수입업체와 충돌이 없다”며 수입업자로 등록해 달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냉장육 수입업에도 진출해 육류 원가를 낮췄다.
폭발적 성장 … 월 판매량 40만 개로 급증
프레시지의 밀키트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월 4만 개 수준이던 월 판매량은 올해 4월엔 약 40만 개로 10배 증가했다. 자사 브랜드 비중이 75%에 달한다. 회사 외형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17년 1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3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매출이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성장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익이 나면 그걸 재투자해야 할 시기”라며 “아직도 밀키트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400억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2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 준공을 계기로 배달전문점용 밀키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