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포함 신도시 민심 '심상찮다' 판단…'떼쓰면 통한다' 선례 논란
실효성 논란에 재원 마련도 미지수…막대한 보상비, 집값 자극할 수도
김현미 장관, 1·2기 신도시 교통대책 서두른 이유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수도권 서북부 1, 2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 말대로 현재 수도권 신도시 광역교통망 보완 계획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아직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정치인 출신으로서 자신의 지역구인 일산 서구를 비롯해 1, 2기 신도시 주민들이 정부의 3기 신도시 건설에 반발하고 연일 집단 행동에 나서자 서둘러 보완대책을 일부 공개해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3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선물'을 던져줄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장관은 페이스북 글에서 "어제(18일) 일산에서 3기 신도시에 반대하는 주민 집회가 있었다.

많은 분이 참석해 속상한 마음을 함께 하셨다"며 "23일로 예정된 국토부 기자간담회 때 몇 가지 말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적었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서울시,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위례신도시 트램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10여년간 한발짝도 못나간 트램 사업을 공공사업으로 전환해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과 관련해 2기 신도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현미 장관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천 지하철 2호선을 검단, 김포를 거쳐 일산까지 연장하겠다고 공개했다.

이는 인천·김포시와 일산 일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수도권 서북부의 교통 문제에 대해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공감한다.

수도권 남부나 동부권에 비해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철도망 역시 분절돼 있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최근 3기 신도시 추가 후보지 발표후 일산·파주·김포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이 신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것도 그간 교통 인프라에서 소외됐다는 박탈감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서북부의 교통여건만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주거 여건 개선으로 이 일대 집값도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과 일산을 잇는 지하철 노선의 이용자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의 실효성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일산의 한 주민은 "일산에서 김포나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신도시 주민들이 원하는 바는 서울 중심부로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번 대책은 기본적인 수요 조사조차 제대로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3기 신도시 계획에 반발하고 있는 김포, 검단, 일산, 운정 만을 잇는 잇는 지하철 노선 계획의 즉흥성 논란도 나온다.

김현미 장관이 밝힌 교통대책이 차질없이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을 예정대로 2023년 말까지 개통하겠다고 하지만 지난해 말 착공 후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당시 장관 퇴임이 예정된 상황에서 지역구 현안에 쐐기를 박는 차원에서 무리하게 서둘러 착공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현미 장관, 1·2기 신도시 교통대책 서두른 이유는
고양 창릉신도시 교통대책으로 발표된 '고양선' 신설 계획은 서부선 새절역과 고양시청을 지하철로 연결하는 것인데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부선 건설계획은 아직 민자적격성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는 서부선 건설을 빨라야 2028년으로 보고 있지만 신도시 입주에 맞춰 완공될지는 불투명하다.

인천 지하철 2호선 일산 연결 등도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선 확정, 사업 방식과 재원조달 방식 등에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인천 2호선 일산 연결 사업의 경우 아직 사전타당성 조사 단계에 있고, 자유로 대심도 도로화 계획도 이제 겨우 연구 용역 시작 단계여서 개통 시점을 예측하기조차도 어렵다.

일각에선 정부 사업에서 '떼쓰면 통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현재 정부의 3기 신도시 후보지는 물론 주거복지로드맵 수행을 위해 지정한 중소 규모 공공택지 후보지역에서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까지 신도시를 비롯해 12개 공공택지 개발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남양주 왕숙1·2, 하남 교산,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등 9곳에서 주민 반발로 설명회가 무산되자 이들 지역의 설명회를 아예 생략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업의 속도만을 앞세워 지역 주민의견 수렴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대규모 신도시 건설과 광역교통 개발을 통해 풀리는 막대한 보상비가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정부 계획대로 3기 신도시가 개발되고 SOC 사업이 추진되면 수십조원의 보상비가 수도권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공급물량 증가로 인해 주택시장이 안정될 수 있겠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보상이 진행되는 동안은 보상비가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 1·2기 신도시 교통대책 서두른 이유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