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ㅣ"육아휴직하면 내 돈으로 먹고 살잖아"…반반 결혼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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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연애, 반반결혼'을 외치던 커플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A 씨는 30대 여성으로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 전부터 반반 부담하는 데이트 통장에 돈을 채워놓고 연애를 했다. 이후 결혼할 때에도 똑같이 1억 원씩 모아 공동 명의로 집을 마련하고 집안 가구와 가전 제품 등을 구비했다. 같은 직장에 다니고 연차도 비슷해서 연봉도 같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A 씨의 남편은 결혼 전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하는 이유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똑같이 갖고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A 씨도 이에 어느 정도 동조했다. 하지만 결혼 2년 만에 A 씨는 "대판 싸웠다"며 "이혼을 마음먹었는데, 마지막으로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다"면서 온라인에 고민을 토로했다.
A 씨는 "반반 결혼을 했지만 결혼 후 첫 명절에 전날 오전부터 가서 음식을 하고,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보냈다"며 "다음날 아침상을 정리하고 친정에 가려는데, 시모는 '고모님이 오시니 가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남편을 쳐다보니 모르는 척 해서 '저도 맏딸인데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친정 가는 길에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도착해서도 손님 마냥 그냥 앉아만 있었다"며 "저희 집은 아버지, 남동생 모두 똑같이 집안일을 하는 스타일인데 먼저 설거지하겠다는 소리조차 안했다"고 토로했다. 반반 부담으로 결혼했음에도 남편이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한 것.
이후 남편은 처가에 "불편하다"면서 안부전화를 하지 않으면서도 A 씨에게 시가에 전화를 할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A 씨가 결혼 전에 아버지 환갑을 위해 모아둔 돈을 "우리 아버지도 같은 해에 생일이니 같이 쓰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명절 만큼이나 고부 갈등이 고조된다는 김장 역시 그냥 넘어가 지지 않았다. A 씨의 친정은 김장을 하지 않고 김치를 사먹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시가에서 김장을 한다는 말에 김장 재료비를 따로 드리는가 하면 직접 가서 김장을 돕기도 했다.
김장이 끝난 후 시가에서 A 씨의 친정에 김치 몇포기를 싸줬고, A 씨 남편은 "장모님은 김장도 안하시는데 직접 한 김장 김치 드셔서 좋겠다"며 "우리 엄마 진짜 좋은 분이니 잘해드려"라고 말해 빈정을 상하게 했다.
A 씨는 "나도 같이 김장했는데, 생색은 자기가 다 내서 기분 나쁘다"며 "다음부터 김장하러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A 씨 남편은 "그럼 김장을 우리 어머니 혼자서 다 해야 하냐"고 따지면서 부부 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에 노후 준비가 돼 있던 A 씨 부모와 달리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은 시부모를 위해 남편이 "나중에 합가하자"고 제안하면서 쌓여온 불만이 폭발했다.
A 씨는 "우리 부모님이 '노후 준비가 안됐으면 모시자'는 말에 정색하면서 '각자 살아야 한다'던 남편이 돌연 말을 바꾼게 싫었다"며 "저는 노후에 시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남편의 이중적인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A 씨 남편은 "임신 후 육아 휴직을 하면 내가 버는 돈으로 생활할 거 아니냐"며 "이제 결혼 했으니 내 말 좀 들으면 그때 생색내지 않겠다"고 제안해 A 씨를 충격에 빠트렸다.
A 씨는 "남녀는 다르지 않다, 아들이고 딸이고 다 귀한 자식이다, 남녀가 공평한 게 진짜 개념있는 것이라고 외치던 사람이라 '이런 개념남이면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비참하다"며 "이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아직도 모르겠다"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A 씨의 갈등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한국 남자들, 반반 외치면서도 결혼 후에 명절 때 공평하게 처가에 가서 음식 만들고, 김장 때 월차내고 처가에 달려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며 "여자들이 돈을 벌어도 '내가 더 많이 버니까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나도 남자지만 남편의 말과 행동이 안맞는다", "저건 남편이 이기적인 것", 이혼해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 등의 의견도 이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편도 이기적이지만 아내도 너무 계산적이다", "돈 문제로 시작했지만 둘 사이에 진짜 사랑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데이트 비용이 남자에게 과도하다"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더치페이, 데이트 통장 문화가 낯설지 않게 됐다. 또한 최근엔 결혼으로 집값이 치솟으면서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함께 집값을 부담하겠다"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층 주거특성과 결혼 간의 연관성 연구' 보고서(변수정·조성호·이지혜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8년 8월31일∼9월13일 만 25∼39세 미혼남녀 3천2명(남성 1천708명, 여성 1천2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여성 10명 중 8명은 신혼집을 마련할 때 비용 일부를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혼집을 마련할 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녀 부담 비율'은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답이 42.4%에 달했다.
함께 일하고, 집에 대한 부담도 함께 하는 등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남편들로 인해 부부 갈등이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통계에 따르면 명절 직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직전 달에 비해 평균 11.5%가 많았다. 국내 한 대학이 560명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 점수가 32.4점, 남성은 25.9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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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A 씨는 30대 여성으로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 전부터 반반 부담하는 데이트 통장에 돈을 채워놓고 연애를 했다. 이후 결혼할 때에도 똑같이 1억 원씩 모아 공동 명의로 집을 마련하고 집안 가구와 가전 제품 등을 구비했다. 같은 직장에 다니고 연차도 비슷해서 연봉도 같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A 씨의 남편은 결혼 전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하는 이유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똑같이 갖고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A 씨도 이에 어느 정도 동조했다. 하지만 결혼 2년 만에 A 씨는 "대판 싸웠다"며 "이혼을 마음먹었는데, 마지막으로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다"면서 온라인에 고민을 토로했다.
A 씨는 "반반 결혼을 했지만 결혼 후 첫 명절에 전날 오전부터 가서 음식을 하고,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보냈다"며 "다음날 아침상을 정리하고 친정에 가려는데, 시모는 '고모님이 오시니 가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남편을 쳐다보니 모르는 척 해서 '저도 맏딸인데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친정 가는 길에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도착해서도 손님 마냥 그냥 앉아만 있었다"며 "저희 집은 아버지, 남동생 모두 똑같이 집안일을 하는 스타일인데 먼저 설거지하겠다는 소리조차 안했다"고 토로했다. 반반 부담으로 결혼했음에도 남편이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한 것.
이후 남편은 처가에 "불편하다"면서 안부전화를 하지 않으면서도 A 씨에게 시가에 전화를 할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A 씨가 결혼 전에 아버지 환갑을 위해 모아둔 돈을 "우리 아버지도 같은 해에 생일이니 같이 쓰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명절 만큼이나 고부 갈등이 고조된다는 김장 역시 그냥 넘어가 지지 않았다. A 씨의 친정은 김장을 하지 않고 김치를 사먹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시가에서 김장을 한다는 말에 김장 재료비를 따로 드리는가 하면 직접 가서 김장을 돕기도 했다.
김장이 끝난 후 시가에서 A 씨의 친정에 김치 몇포기를 싸줬고, A 씨 남편은 "장모님은 김장도 안하시는데 직접 한 김장 김치 드셔서 좋겠다"며 "우리 엄마 진짜 좋은 분이니 잘해드려"라고 말해 빈정을 상하게 했다.
A 씨는 "나도 같이 김장했는데, 생색은 자기가 다 내서 기분 나쁘다"며 "다음부터 김장하러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A 씨 남편은 "그럼 김장을 우리 어머니 혼자서 다 해야 하냐"고 따지면서 부부 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에 노후 준비가 돼 있던 A 씨 부모와 달리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은 시부모를 위해 남편이 "나중에 합가하자"고 제안하면서 쌓여온 불만이 폭발했다.
A 씨는 "우리 부모님이 '노후 준비가 안됐으면 모시자'는 말에 정색하면서 '각자 살아야 한다'던 남편이 돌연 말을 바꾼게 싫었다"며 "저는 노후에 시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남편의 이중적인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A 씨 남편은 "임신 후 육아 휴직을 하면 내가 버는 돈으로 생활할 거 아니냐"며 "이제 결혼 했으니 내 말 좀 들으면 그때 생색내지 않겠다"고 제안해 A 씨를 충격에 빠트렸다.
A 씨는 "남녀는 다르지 않다, 아들이고 딸이고 다 귀한 자식이다, 남녀가 공평한 게 진짜 개념있는 것이라고 외치던 사람이라 '이런 개념남이면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비참하다"며 "이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아직도 모르겠다"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A 씨의 갈등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한국 남자들, 반반 외치면서도 결혼 후에 명절 때 공평하게 처가에 가서 음식 만들고, 김장 때 월차내고 처가에 달려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며 "여자들이 돈을 벌어도 '내가 더 많이 버니까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나도 남자지만 남편의 말과 행동이 안맞는다", "저건 남편이 이기적인 것", 이혼해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 등의 의견도 이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편도 이기적이지만 아내도 너무 계산적이다", "돈 문제로 시작했지만 둘 사이에 진짜 사랑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데이트 비용이 남자에게 과도하다"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더치페이, 데이트 통장 문화가 낯설지 않게 됐다. 또한 최근엔 결혼으로 집값이 치솟으면서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함께 집값을 부담하겠다"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층 주거특성과 결혼 간의 연관성 연구' 보고서(변수정·조성호·이지혜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8년 8월31일∼9월13일 만 25∼39세 미혼남녀 3천2명(남성 1천708명, 여성 1천2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여성 10명 중 8명은 신혼집을 마련할 때 비용 일부를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혼집을 마련할 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녀 부담 비율'은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답이 42.4%에 달했다.
함께 일하고, 집에 대한 부담도 함께 하는 등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남편들로 인해 부부 갈등이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통계에 따르면 명절 직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직전 달에 비해 평균 11.5%가 많았다. 국내 한 대학이 560명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 점수가 32.4점, 남성은 25.9점으로 나타났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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