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르크'로 변신한 나경원…18조 굴리는 M&A승부사 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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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조인열전(20) 사법연수원 24기
정계 진출한 나경원, 원희룡, 이상민, 금태섭, 이용주
관세청장 김영문, 증권범죄 수사통 문찬석, 김학의 구속 여환섭
지평 설립 양영태, 연예사건 전문 이재만, 포렌식 개척자 구태언
정계 진출한 나경원, 원희룡, 이상민, 금태섭, 이용주
관세청장 김영문, 증권범죄 수사통 문찬석, 김학의 구속 여환섭
지평 설립 양영태, 연예사건 전문 이재만, 포렌식 개척자 구태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이상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민주당 의원,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사법연수원 24기 출신 현역 정치인들이다. 다른 기수보다 정계 진출이 많았고, 법원, 검찰, 대형 법률회사(로펌)에서도 자기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한 ‘전문가 리더’가 즐비한 것도 24기 특징이다.
법조계에선 그 배경으로 1992년 치뤄진 34회 사법시험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당시 예고도 없이 실제 사건을 던져주고 쟁점과 답을 구하는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의 충격이 컸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법을 많이 외운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시험이었지만 이번엔 장기간 공부하고 경륜을 쌓은 수험생들의 합격률이 높았다. 합격생이 대학 입학연도 기준으로 80학번 이전부터 89학번까지 골고루 분포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재수생 삼수생 등 장수생 합격자가 많아 ‘노땅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왔다. 다른 기수보다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도 남다르다 보니 정계 진출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1993년 연수원 입소 당시는 32년만에 군사정권이 끝나고 김영삼 문민 정부가 들어선 시점이다. 독일이 통일되고 동유럽 사회주의도 몰락했다. 민주화가 어느정도 진전되면서 운동권 출신들도 대거 사법시험에 응시해 ‘전문성’으로 승부하기 시작했다.
◆‘예쁜누나’에서 ‘나다르크’로 변신한 나경원
나경원 원내대표(4선)는 연수원 입소 당시 ‘임신중’이었다. 남편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1기)와는 고시생 시절 결혼했다. 24기 동기들은 그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고 회상했다.
화곡중·화곡고·화곡여상을 운영하는 홍신학원 나채성 이사장의 딸로 ‘재력’과 ‘지력’, ‘미모’를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수원 2년차에 출산한 딸이 다운증후군을 앓으면서 그는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치 입문도 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거절당하는 차별을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7년6개월간 판사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진출했다.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정책특보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한나라당 대변인 활동할 당시 24시간 기자들의 전화를 잘받아 ‘똑나대(똑부러지는 나경원 대변인)’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시장 후보를 거쳐 현재 제1야당 원내대표로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이끌어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장애인부모회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개혁'투사 금태섭, 범보수 대권주자 원희룡
검경 수사권 조정을 책임지는 국회 사개특위 이상민 위원장(4선)은 연수원 시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다녔다. 하지만 연수원 반장을 맡으며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한다. 변호사로 장애인 보호에 앞장섰고, 정계로 진출해선 ‘사법시험 폐지’, ‘변호사에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폐지’ 등으로 법조계의 기득권을 깨는 일을 주도했다.
금태섭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재직시절 모 일간지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기고문을 올렸다가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검사 옷을 벗었다. 이후 정계로 진출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검찰 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여권내 ‘강골’로 변신했다. ‘제주 천재 소년’으로 알려진 원희룡 지사는 학력고사 전국 수석과 사법시험 수석으로 연수원 입소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검사와 3선 국회의원을 거쳐 2014년 제주도지사로 선출됐고 작년 재선에 성공했다. 난개발 방지, 외국인 투자유치,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제주도를 세계적인 관광지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로 당 개혁을 이끌었고 범보수 대권주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용주 의원은 20년간 검사생활 후 정계에 진출했고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청문회에서 맹활약을 펼쳐 ‘용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3개국 30개 기업M&A…18조 굴리는 김광일
경제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24기는 아시아 사모펀드(PEF)업계의 ‘간판 스타’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다. 국내 최대 PEF운용사인 MBK는 2005년 설립후 15년만에 18조원의 자산을 굴리며 한중일 3개국에 30여 기업을 인수해 아시아 대표 PEF로 성장했다.
김앤장에서 잘나가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약한 김 대표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인 김병주 MBK 회장의 제안으로 MBK를 함께 설립했다. 인수규모만 7조2000억원 규모인 홈플러스를 비롯해 딜라이브(투자금액 2조750억원), ING생명(1조8000억원), 코웨이(1조1000억원) 등 메가딜은 모두 김 대표 작품이다. 한번 목표한 M&A매물은 놓지 않는 다는 뜻에서 ‘PEF업계의 진돗개’라는 별명도 붙었다.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PEF들이 아군으로 가장 선호하는 대상이지만 적군으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회계사 자격을 딴 후 연수원에 입소했으며 연수원 졸업 성적은 전체 4등으로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서열 문화가 싫다”며 김앤장행(行)을 선택했다.
◆대기업 오너사건 전문 박은재, 국제 카르텔 전문 정환
로펌에선 대표이거나 ‘예비’ 대표급이 많다. 양영태 법무법인 지평 대표는 연수원 2년차때 사법시험 수험서 ‘주관식 헌법’을 원 지사와 공동 집필해 유명해졌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인세’를 받아 동기들에게 저녁을 대접했다고 한다. 양 대표가 2000년 설립한 지평은 당시 14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국내외 변호사 220여명이 근무하는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영도 진두 지휘해, 지평은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해외 사무소 9곳)을 갖추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대검 미래기획단장을 거친 박은재 율촌 변호사는 한진그룹 오너의 ‘물컵 갑질’사건을 대리해 무혐의를 받아냈다. 횡령 배임혐의로 구속된 이중근 부영 회장의 석방을 이끄는 등 대기업 오너관련 형사사건에서 강하다는 평가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지식재산권 관련 사건을 맡아온 한동수 율촌 변호사는 포스코를 대리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한 특허무효소소송에서 승소를 이끌었다. 한온시스템을 대리해 일본 도요타 관계사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에서 승소했고, 금강을 대리해 일본 1위 제화업체와 벌인 ‘리갈(REGAL)’ 상표권 침해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광장 공정거래그룹을 이끄는 정환 변호사는 국제 카르텔(담합) 사건 전문가다. D램, 항공사, LCD, 자동차부품 등의 담합 사건에서 승소 경험이 많다. 바른에서 상사·기업송무 그룹을 이끄는 백웅철 변호사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횡령혐의 재판을 맡아 전부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이병기 태평양 변호사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삼성그룹과 롯데그룹간 ‘빅딜’을 성사시킨 M&A전문가다. 박찬문 김앤장 변호사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의 제일은행 인수 등을 자문하며 금융분야에서 20년이상 자문 경험을 쌓았다.
◆여의도 저승사자, 포렌식 개척자 등 ‘한우물형 장인’ 검찰 출신 중에선 한우물만 판 ‘장인’이 많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금융증권범죄 수사통’이다. 2016년 대검으로부터 증권범죄(시세조종) 1급 공인전문검사로 ‘블랙벨트’를 인증 받았다. 2013년 공인전문검사 인증제 도입 후 첫 블랙벨트 수혜자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초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거쳐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서울남부지검의 초대 2차장검사로 부임해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와 펀드매니저들의 불법행위 등을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증권범죄에 대한 초기 적발이 가능하도록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과 유기적 수사 공조 시스템을 설계한 주역이다. 검찰내 ‘특수통’인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단장에 임명돼 최근 김 전 차관과 그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구속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동기들로부터는 “술을 한 잔도 못하고, 여성적인 면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업무에 관해선 ‘독종’이다. 여 단장에게 조사를 받을 땐 “웃으면서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국내 ‘디지털포렌식(PC, 휴대폰 분석을 통한 범죄 증거 확보)’수사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IT기술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로 대학시절 모뎀을 통한 PC통신 하이텔에서 법률동아리인 ‘법촌’의 대표 시샵(운영자)으로 활동했다. 연수원시절엔 펜티엄급 PC를 직접 조립해 현직 검사들에 10대를 팔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서울중앙지검 재직시절 영상녹화를 처음 시도했고, 사이버 범죄에 대비할 것을 건의해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창설에도 기여했다.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옥션 해킹 사고, 현대캐피탈 개인정보유출 사고 등을 맡아 기술유출, 영업비밀보호 사건에 강점을 보였다.
◆이재용 영장 기각 조의연, 촛불시위 허가 김정숙 검사 출신 김영문 관세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12년 후배로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을 지낸 인연으로 2017년 관세청장에 올랐다. 연수원시절부터 ‘수준급 축구실력’을 자랑해 검사 임관 후 한·일 양국 검사들의 축구 친선경기에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관세청장으로선 한진그룹 수사와 마약류 밀반입 적발 등의 성과를 냈다.
동기들로부터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는 2017년 1월 ‘촛불 정국’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정숙 수원지법 안양지원장은 2016년 11월 서울행정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사상 처음으로 촛불 시위대의 청와대 앞 100m 인근 행진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김 지원장은 24기 동기회 총무를 맡고 있는 고유창 법무법인 청파 변호사의 부인이다.
같은 청파 소속 이재만 변호사는 24기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병진, 송일국, 김현중, 편승엽, 장은영 등 연예인 사건에서 승소를 이어가 ‘무죄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은 연예인 전문 변호사다. 그동안 사비를 털어 동기들의 경조사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구속 법리 발견한 정한중, 박근혜 '호위무사'유영하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수원생 신분으로 “재직중 불소추 특권을 지닌 대통령 재직기간을 공소시효 적용에서 빼면 전두환 등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법리를 발견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가능케 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상 정부 당시 검찰은 1979년 12월12일 발생한 군사반란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기소유예를 했지만 정 교수의 발견으로 5·18 특별법이 제정돼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평가 받는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에서 검찰 수사와 재판까지 모두 대리해왔다.
24기 가운데에선 체신부 장관을 역임하고 56세에 입소한 송언종 전 광주시장도 화제의 인물이다. 당시 사법연수원장 보다도 나이가 많아 동기들 사이에선 ‘장관님’으로 불렸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사법연수원 24기 출신 현역 정치인들이다. 다른 기수보다 정계 진출이 많았고, 법원, 검찰, 대형 법률회사(로펌)에서도 자기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한 ‘전문가 리더’가 즐비한 것도 24기 특징이다.
법조계에선 그 배경으로 1992년 치뤄진 34회 사법시험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당시 예고도 없이 실제 사건을 던져주고 쟁점과 답을 구하는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의 충격이 컸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법을 많이 외운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시험이었지만 이번엔 장기간 공부하고 경륜을 쌓은 수험생들의 합격률이 높았다. 합격생이 대학 입학연도 기준으로 80학번 이전부터 89학번까지 골고루 분포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재수생 삼수생 등 장수생 합격자가 많아 ‘노땅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왔다. 다른 기수보다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도 남다르다 보니 정계 진출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1993년 연수원 입소 당시는 32년만에 군사정권이 끝나고 김영삼 문민 정부가 들어선 시점이다. 독일이 통일되고 동유럽 사회주의도 몰락했다. 민주화가 어느정도 진전되면서 운동권 출신들도 대거 사법시험에 응시해 ‘전문성’으로 승부하기 시작했다.
◆‘예쁜누나’에서 ‘나다르크’로 변신한 나경원
나경원 원내대표(4선)는 연수원 입소 당시 ‘임신중’이었다. 남편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1기)와는 고시생 시절 결혼했다. 24기 동기들은 그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고 회상했다.
화곡중·화곡고·화곡여상을 운영하는 홍신학원 나채성 이사장의 딸로 ‘재력’과 ‘지력’, ‘미모’를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수원 2년차에 출산한 딸이 다운증후군을 앓으면서 그는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치 입문도 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거절당하는 차별을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7년6개월간 판사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진출했다.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정책특보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한나라당 대변인 활동할 당시 24시간 기자들의 전화를 잘받아 ‘똑나대(똑부러지는 나경원 대변인)’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시장 후보를 거쳐 현재 제1야당 원내대표로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이끌어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장애인부모회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개혁'투사 금태섭, 범보수 대권주자 원희룡
검경 수사권 조정을 책임지는 국회 사개특위 이상민 위원장(4선)은 연수원 시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다녔다. 하지만 연수원 반장을 맡으며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한다. 변호사로 장애인 보호에 앞장섰고, 정계로 진출해선 ‘사법시험 폐지’, ‘변호사에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폐지’ 등으로 법조계의 기득권을 깨는 일을 주도했다.
금태섭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재직시절 모 일간지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기고문을 올렸다가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검사 옷을 벗었다. 이후 정계로 진출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검찰 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여권내 ‘강골’로 변신했다. ‘제주 천재 소년’으로 알려진 원희룡 지사는 학력고사 전국 수석과 사법시험 수석으로 연수원 입소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검사와 3선 국회의원을 거쳐 2014년 제주도지사로 선출됐고 작년 재선에 성공했다. 난개발 방지, 외국인 투자유치,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제주도를 세계적인 관광지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로 당 개혁을 이끌었고 범보수 대권주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용주 의원은 20년간 검사생활 후 정계에 진출했고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청문회에서 맹활약을 펼쳐 ‘용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3개국 30개 기업M&A…18조 굴리는 김광일
경제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24기는 아시아 사모펀드(PEF)업계의 ‘간판 스타’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다. 국내 최대 PEF운용사인 MBK는 2005년 설립후 15년만에 18조원의 자산을 굴리며 한중일 3개국에 30여 기업을 인수해 아시아 대표 PEF로 성장했다.
김앤장에서 잘나가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약한 김 대표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인 김병주 MBK 회장의 제안으로 MBK를 함께 설립했다. 인수규모만 7조2000억원 규모인 홈플러스를 비롯해 딜라이브(투자금액 2조750억원), ING생명(1조8000억원), 코웨이(1조1000억원) 등 메가딜은 모두 김 대표 작품이다. 한번 목표한 M&A매물은 놓지 않는 다는 뜻에서 ‘PEF업계의 진돗개’라는 별명도 붙었다.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PEF들이 아군으로 가장 선호하는 대상이지만 적군으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회계사 자격을 딴 후 연수원에 입소했으며 연수원 졸업 성적은 전체 4등으로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서열 문화가 싫다”며 김앤장행(行)을 선택했다.
◆대기업 오너사건 전문 박은재, 국제 카르텔 전문 정환
로펌에선 대표이거나 ‘예비’ 대표급이 많다. 양영태 법무법인 지평 대표는 연수원 2년차때 사법시험 수험서 ‘주관식 헌법’을 원 지사와 공동 집필해 유명해졌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인세’를 받아 동기들에게 저녁을 대접했다고 한다. 양 대표가 2000년 설립한 지평은 당시 14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국내외 변호사 220여명이 근무하는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영도 진두 지휘해, 지평은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해외 사무소 9곳)을 갖추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대검 미래기획단장을 거친 박은재 율촌 변호사는 한진그룹 오너의 ‘물컵 갑질’사건을 대리해 무혐의를 받아냈다. 횡령 배임혐의로 구속된 이중근 부영 회장의 석방을 이끄는 등 대기업 오너관련 형사사건에서 강하다는 평가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지식재산권 관련 사건을 맡아온 한동수 율촌 변호사는 포스코를 대리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한 특허무효소소송에서 승소를 이끌었다. 한온시스템을 대리해 일본 도요타 관계사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에서 승소했고, 금강을 대리해 일본 1위 제화업체와 벌인 ‘리갈(REGAL)’ 상표권 침해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광장 공정거래그룹을 이끄는 정환 변호사는 국제 카르텔(담합) 사건 전문가다. D램, 항공사, LCD, 자동차부품 등의 담합 사건에서 승소 경험이 많다. 바른에서 상사·기업송무 그룹을 이끄는 백웅철 변호사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횡령혐의 재판을 맡아 전부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이병기 태평양 변호사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삼성그룹과 롯데그룹간 ‘빅딜’을 성사시킨 M&A전문가다. 박찬문 김앤장 변호사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의 제일은행 인수 등을 자문하며 금융분야에서 20년이상 자문 경험을 쌓았다.
◆여의도 저승사자, 포렌식 개척자 등 ‘한우물형 장인’ 검찰 출신 중에선 한우물만 판 ‘장인’이 많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금융증권범죄 수사통’이다. 2016년 대검으로부터 증권범죄(시세조종) 1급 공인전문검사로 ‘블랙벨트’를 인증 받았다. 2013년 공인전문검사 인증제 도입 후 첫 블랙벨트 수혜자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초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거쳐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서울남부지검의 초대 2차장검사로 부임해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와 펀드매니저들의 불법행위 등을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증권범죄에 대한 초기 적발이 가능하도록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과 유기적 수사 공조 시스템을 설계한 주역이다. 검찰내 ‘특수통’인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단장에 임명돼 최근 김 전 차관과 그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구속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동기들로부터는 “술을 한 잔도 못하고, 여성적인 면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업무에 관해선 ‘독종’이다. 여 단장에게 조사를 받을 땐 “웃으면서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국내 ‘디지털포렌식(PC, 휴대폰 분석을 통한 범죄 증거 확보)’수사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IT기술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로 대학시절 모뎀을 통한 PC통신 하이텔에서 법률동아리인 ‘법촌’의 대표 시샵(운영자)으로 활동했다. 연수원시절엔 펜티엄급 PC를 직접 조립해 현직 검사들에 10대를 팔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서울중앙지검 재직시절 영상녹화를 처음 시도했고, 사이버 범죄에 대비할 것을 건의해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창설에도 기여했다.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옥션 해킹 사고, 현대캐피탈 개인정보유출 사고 등을 맡아 기술유출, 영업비밀보호 사건에 강점을 보였다.
◆이재용 영장 기각 조의연, 촛불시위 허가 김정숙 검사 출신 김영문 관세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12년 후배로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을 지낸 인연으로 2017년 관세청장에 올랐다. 연수원시절부터 ‘수준급 축구실력’을 자랑해 검사 임관 후 한·일 양국 검사들의 축구 친선경기에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관세청장으로선 한진그룹 수사와 마약류 밀반입 적발 등의 성과를 냈다.
동기들로부터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는 2017년 1월 ‘촛불 정국’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정숙 수원지법 안양지원장은 2016년 11월 서울행정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사상 처음으로 촛불 시위대의 청와대 앞 100m 인근 행진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김 지원장은 24기 동기회 총무를 맡고 있는 고유창 법무법인 청파 변호사의 부인이다.
같은 청파 소속 이재만 변호사는 24기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병진, 송일국, 김현중, 편승엽, 장은영 등 연예인 사건에서 승소를 이어가 ‘무죄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은 연예인 전문 변호사다. 그동안 사비를 털어 동기들의 경조사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구속 법리 발견한 정한중, 박근혜 '호위무사'유영하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수원생 신분으로 “재직중 불소추 특권을 지닌 대통령 재직기간을 공소시효 적용에서 빼면 전두환 등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법리를 발견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가능케 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상 정부 당시 검찰은 1979년 12월12일 발생한 군사반란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기소유예를 했지만 정 교수의 발견으로 5·18 특별법이 제정돼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평가 받는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에서 검찰 수사와 재판까지 모두 대리해왔다.
24기 가운데에선 체신부 장관을 역임하고 56세에 입소한 송언종 전 광주시장도 화제의 인물이다. 당시 사법연수원장 보다도 나이가 많아 동기들 사이에선 ‘장관님’으로 불렸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