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출 3년 만에…만화시장 '접수'한 카카오
카카오의 일본법인인 카카오재팬이 ‘만화 본고장’이라는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폰 등에서 볼 수 있는 카카오재팬의 만화 유통 플랫폼 ‘픽코마’의 이용자와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하루 이용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고,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카카오가 진출 3년 만에 일본 만화 플랫폼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화 왕국’에서 매년 급성장

카카오재팬은 지난 23일 도쿄 롯폰기힐스의 한 영화관에서 픽코마 출시 3주년 기념행사 ‘픽코마 모노가타리(이야기) 2019’를 열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픽코마는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출 2년차인 2017년 하루 평균 이용자가 전년 대비 13.2배, 매출은 20.9배 늘었다. 지난해엔 100만 명에서 220만 명으로 전년보다 2.2배 증가했다. 매출은 2.7배 뛰었다. 올 1분기에도 방문자가 전기 대비 32% 증가했고, 매출은 173% 늘었다.

이용자가 급증하자 픽코마의 일본 스마트폰 앱 순위도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지난해 비게임부문 일본 앱스토어(아이폰)와 구글플레이 통합 매출 종합 3위를 달성했다. 만화 앱 통합 다운로드 순위는 1위를 차지했다. 지출 비용 기준 전체 앱 순위에서도 라인, 라인뮤직 등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일본 앱스토어의 ‘BEST OF 2018’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픽코마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서비스를 내세워 일본 내 메이저 만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만화책 한 권 분량을 디지털화해 여러 편으로 나눠 플랫폼에 올린 뒤 이용자가 한 편을 보고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편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편을 보려면 요금을 내야 한다. “유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거나 이용자의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밀한 독자 분석 주효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카카오재팬은 픽코마가 일본 만화 플랫폼 시장에서 이른 시간에 뿌리를 내린 비결로 정밀한 독자 분석을 꼽았다. 종이 단행본과 모바일 앱을 모두 이용하면서 주 4일 이상 만화를 보는 ‘하드 유저’를 선별해 이들을 집중 공략했다.

일본 만화시장은 종이 단행본과 모바일 앱으로 양분돼 있는데, 병용 독자의 40.1%가 하드 유저로 분류된다. 이들 중 한 달에 1000엔(약 1만원) 이상 만화 구독에 돈을 쓴다고 답한 비율이 39.3%에 달한다.

픽코마는 자체 인공지능(AI) 추천기술을 활용해 하드 유저별 취향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한 맞춤형 서비스로 유료 판매비율을 높였다. 만화가 끝나는 부분에서 관련 유사 작품을 추천하는 기술도 적용해 전체 작품의 열람률을 끌어올렸다. 기존 종이 매체로는 만화를 보지 않던 10~30대 젊은 여성층도 새로운 독자로 대거 끌어들였다.

독자들이 만화를 보는 시간도 정밀하게 분석해 활용했다. ‘통학시간’ ‘통근시간’ ‘식사 중’ ‘목욕 중’처럼 다양한 틈새시간에 손쉽게 만화를 접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했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만화를 접할 수 있게 수요를 창출했다는 설명이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픽코마의 콘텐츠 수가 지난해 4월 2205건에서 올 5월 6727건으로 3.1배로 증가했다”며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더 공을 들이고 만화를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 등으로 영상화하는 사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