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23일(현지시간) 환율 카드까지 꺼내들자 이날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유가,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그간 낙폭이 컸던 도쿄증시와 상하이증시는 소폭 하락에 그치거나 상승 마감으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86.14포인트(1.11%) 내린 25,490.47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1.58% 급락했다. 애플과 퀄컴, 인텔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선 서부텍사스원유(WTI)가 1년 내 가장 큰 폭인 5.7% 폭락해 배럴당 57.91달러에 장을 마쳤다. 또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9.7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2.296%까지 밀렸다. 2017년 10월 13일 이후 최저다.

월가에선 미·중 무역분쟁이 갈수록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중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중국 상무부의 가오펑(高峰)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강경한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농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16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전의를 불태우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 지원 방안을 공개하며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대단한 일이겠지만 합의가 안 돼도 괜찮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마크 카바나 금리전략 총괄은 “시장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적 무역전쟁이 다가오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지금까지의 무역전쟁이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기업 이익은 감소하고 경제 성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이날 발표한 미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으로, 2009년 9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