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방위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발단은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였지만 이제는 기술·보안·환율전쟁으로 판이 커졌고, 궁극적으로는 양국 ‘세계전략’의 충돌로까지 번질 태세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시사하며 관영 매체를 통해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총포만 없을 뿐 전면전이나 다름없다. 미·중 갈등 장기화를 예상했던 전문가들조차 이제는 “끝을 알 수 없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양국 갈등이 단순히 자국 상품을 더 팔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패권전쟁이란 점에서다.

세계 1, 2위 경제·군사대국 간 싸움에 영향받지 않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충격과 파장이 가장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게 한국이란 점이다. 피로 맺은 동맹국(미국)과 최대 교역 상대국(중국) 사이에서 경제는 물론 안보·북핵 문제까지 걸린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샌드위치 신세를 경험했던 터라 그 심각성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당장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세계에 큰 위협’으로 규정하고 한국에도 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위안화를 겨냥해 통화절하로 이익을 누린 만큼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의 수입자동차 관세 부과에서 예외가 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더 심각한 숙제도 있다. 이달 말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아시아·태평양 전략과 남중국해의 항행 자유에 대해 우리 측에 “동맹 편에 서라”고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모호한 자세를 견지해 온 정부로선 어떤 형태로든 답해야 할 처지다. 아울러 최악의 평행선을 긋고 있는 대일 외교도 이제는 출구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가능한 모든 압박을 가해 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화웨이, 남중국해 문제부터 중국이 사드 보복해제 조건으로 제시한 ‘3불(추가 사드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참여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까지 모두 ‘지뢰밭’이다. 뒤이어 내달 말엔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미·중·일·러 등 주변 4강 간 숨가쁜 외교전쟁이 벌어진다. 여기서 소외되면 하소연할 곳도 없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치밀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크나큰 손실로 귀착될 사안들이다.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기에 국가적 위기다. ‘대북 올인’ 외교에서 탈피해 중장기적 안목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그러려면 외교에서 ‘국내 정치’를 배제하고 동맹을 기반으로 국익과 실용에 입각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익을 지키는 ‘유능한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