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 트럼프 행보와 160여년 전 페리 제독의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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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년의 페리 제독과 2019년의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후 첫 국빈으로 나흘간의 일본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전용기(에어포스 원) 편으로 도쿄의 관문인 하네다(羽田)공항을 통해 일본 땅을 밟았다. 그의 방일은 요코타(橫田) 미 공군기지를 거쳐 일본에 들어왔던 2017년 11월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그러나 두 차례 방일의 성격이나 의미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번 방일은 취임 후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순방의 일환이었다.
반면에 이번은 일본 국민의 시간을 지배한다는 일왕이 바뀌면서 새롭게 시작된 연호인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을 오롯이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만 보고 태평양을 건너온 셈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일에 이전보다 한층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양국 간 동맹이 한 차원 심화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은 1853년 매슈 페리(Matthew Perry) 제독의 최초 내항 이후 지난 166년 동안 미국과 곡절로 점철된 역사를 써왔다. 첫 관계는 지금의 도쿄만(灣)에 이른바 흑선(黑船) 함대를 이끌고 나타나 개항을 요구한 페리 제독을 매개로 열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은 미국에 의해 강요된 개항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한국, 중국 등 주변 국가보다 먼저 근대화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발 앞선 근대화로 축적한 국력으로 자만에 빠져 군국주의를 좇는 바람에 주변국 국민은 물론 자국민에게도 엄청난 전쟁의 참화를 안겼고, 미국을 '귀축'(鬼畜)이라 부르며 맞섰다가 패전을 맞았다.
일본인 300여만명을 포함해 2천만명 이상이 제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희생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박 4일간의 이번 방일 중 다채로운 일정을 소화하는데, 그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방일 이틀째인 26일 오후의 스모(相撲) 관전이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낸 아이디어로 알려졌는데, 일본에 근대화의 불씨를 제공한 페리 제독도 2번째 내항 때 일본 전통씨름인 스모를 관전했다고 한다.
페리 제독은 1852년 11월 4척의 함선을 이끌고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항을 떠나 대서양을 건넌 뒤 8개월여 만인 1853년 7월 도쿄만 초입인 우라가(浦賀·지금의 요코스카 동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페리 제독은 1차 내항 때는 에도(江戶) 바쿠후(幕府) '쇼군'(당시 최고 실권자)의 와병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달라는 일본 측 요청을 받아들여 일단 홍콩으로 배를 돌렸다가 1854년 2월 다시 돌아왔다.
그 후 요코하마(橫浜)에서 1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에도 바쿠후(1868년 메이지유신 이전의 옛 일본 정부)가 200년 넘게 고수했던 쇄국정책의 막을 내리는 조약을 맺었다.
에도 정부는 이때 페리 제독에게 일본 전통 국기(國技)인 스모 관전 자리를 마련했다.
일본 외무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일 관련 설명 자료에서 페리 제독의 스모 관전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아케보노 다로(曙太郎·50) 등 미국 출신의 수많은 스모 선수들이 눈부시게 활약해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미국 하와이 출신인 아케보노는 1993년 3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외국인 최초로 스모 선수 최고의 타이틀인 요코즈나(橫網) 지위에 오른 인물이다.
1996년 4월 일본 국적을 취득한 그는 스모를 그만두고는 프로레슬러와 종합격투기 선수로도 뛰었다. 외무성은 또 이전에 팬아메리칸월드항공(팬암항공, 1991년 파산) 등 미국 기업들이 30년 이상 후원하며 스모 발전에 기여했다면서 미국과 스모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취임 후 2번째로 일본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 손에는 새 시대를 연 일본을 축하하는 선물이,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당장 결말이 나지 않을 공산이 큰 무역협상안이 들려 있다.
이 협상안은 160여년 전 일본인에게 공포를 안긴 흑선 함대를 이끌고 2번째 내항해 스모를 관전했던 페리 제독이 관철한 요구안의 현대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오후 일본에 내리자마자 도쿄 시내 미국 대사관저로 가서 일본 재계 인사들을 만나는 것으로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방일 목적이 일본의 새로운 시대를 축하하는 것에 있다고 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오던 중에도 트위터에 "친구인 아베 총리와 무역과 군사(문제)를 협의한다"고 썼다.
NHK는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국빈 방일 중 무역 문제 등에서 일본에 강하게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미일 정상이 스모 관전을 통해 우의와 밀월을 과시하는 이면에서 국가적 이익이 걸린 무역 문제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후 첫 국빈으로 나흘간의 일본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전용기(에어포스 원) 편으로 도쿄의 관문인 하네다(羽田)공항을 통해 일본 땅을 밟았다. 그의 방일은 요코타(橫田) 미 공군기지를 거쳐 일본에 들어왔던 2017년 11월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그러나 두 차례 방일의 성격이나 의미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번 방일은 취임 후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순방의 일환이었다.
반면에 이번은 일본 국민의 시간을 지배한다는 일왕이 바뀌면서 새롭게 시작된 연호인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을 오롯이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만 보고 태평양을 건너온 셈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일에 이전보다 한층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양국 간 동맹이 한 차원 심화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은 1853년 매슈 페리(Matthew Perry) 제독의 최초 내항 이후 지난 166년 동안 미국과 곡절로 점철된 역사를 써왔다. 첫 관계는 지금의 도쿄만(灣)에 이른바 흑선(黑船) 함대를 이끌고 나타나 개항을 요구한 페리 제독을 매개로 열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은 미국에 의해 강요된 개항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한국, 중국 등 주변 국가보다 먼저 근대화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발 앞선 근대화로 축적한 국력으로 자만에 빠져 군국주의를 좇는 바람에 주변국 국민은 물론 자국민에게도 엄청난 전쟁의 참화를 안겼고, 미국을 '귀축'(鬼畜)이라 부르며 맞섰다가 패전을 맞았다.
일본인 300여만명을 포함해 2천만명 이상이 제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희생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박 4일간의 이번 방일 중 다채로운 일정을 소화하는데, 그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방일 이틀째인 26일 오후의 스모(相撲) 관전이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낸 아이디어로 알려졌는데, 일본에 근대화의 불씨를 제공한 페리 제독도 2번째 내항 때 일본 전통씨름인 스모를 관전했다고 한다.
페리 제독은 1852년 11월 4척의 함선을 이끌고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항을 떠나 대서양을 건넌 뒤 8개월여 만인 1853년 7월 도쿄만 초입인 우라가(浦賀·지금의 요코스카 동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페리 제독은 1차 내항 때는 에도(江戶) 바쿠후(幕府) '쇼군'(당시 최고 실권자)의 와병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달라는 일본 측 요청을 받아들여 일단 홍콩으로 배를 돌렸다가 1854년 2월 다시 돌아왔다.
그 후 요코하마(橫浜)에서 1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에도 바쿠후(1868년 메이지유신 이전의 옛 일본 정부)가 200년 넘게 고수했던 쇄국정책의 막을 내리는 조약을 맺었다.
에도 정부는 이때 페리 제독에게 일본 전통 국기(國技)인 스모 관전 자리를 마련했다.
일본 외무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일 관련 설명 자료에서 페리 제독의 스모 관전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아케보노 다로(曙太郎·50) 등 미국 출신의 수많은 스모 선수들이 눈부시게 활약해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미국 하와이 출신인 아케보노는 1993년 3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외국인 최초로 스모 선수 최고의 타이틀인 요코즈나(橫網) 지위에 오른 인물이다.
1996년 4월 일본 국적을 취득한 그는 스모를 그만두고는 프로레슬러와 종합격투기 선수로도 뛰었다. 외무성은 또 이전에 팬아메리칸월드항공(팬암항공, 1991년 파산) 등 미국 기업들이 30년 이상 후원하며 스모 발전에 기여했다면서 미국과 스모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취임 후 2번째로 일본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 손에는 새 시대를 연 일본을 축하하는 선물이,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당장 결말이 나지 않을 공산이 큰 무역협상안이 들려 있다.
이 협상안은 160여년 전 일본인에게 공포를 안긴 흑선 함대를 이끌고 2번째 내항해 스모를 관전했던 페리 제독이 관철한 요구안의 현대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오후 일본에 내리자마자 도쿄 시내 미국 대사관저로 가서 일본 재계 인사들을 만나는 것으로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방일 목적이 일본의 새로운 시대를 축하하는 것에 있다고 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오던 중에도 트위터에 "친구인 아베 총리와 무역과 군사(문제)를 협의한다"고 썼다.
NHK는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국빈 방일 중 무역 문제 등에서 일본에 강하게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미일 정상이 스모 관전을 통해 우의와 밀월을 과시하는 이면에서 국가적 이익이 걸린 무역 문제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