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축산시장서 수입 삼겹살 도매가 10% 이상 뛰어
"中 아프리카돼지열병 영향으로 수입량 급감하며 가격 상승"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과 베트남 등을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돼지고깃값 상승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삼겹살 대란 일어나나…돼지고깃값 상승세 본격화
업계에서는 국내 전체 돼지고기 유통 물량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면 국산 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돼지고깃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당 5천800원 선이던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의 수입 냉동 삼겹살 시세(도매가)는 5월 말 현재 ㎏당 6천400원까지 올랐다.

불과 한 달 만에 시세가 10% 이상 뛴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삼겹살의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ASF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수입물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보통 4∼5월 사이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가격이 2∼3% 정도 소폭 오르긴 하지만 10% 이상 오른 것은 다른 요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ASF의 영향이 국내에도 본격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올 3월 중국의 모돈(새끼를 낳는 목적으로 사육되는 어미돼지) 사육 마릿수는 작년 동월보다 21.0%, 전체 사육 마릿수는 1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농무부는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ASF로 인해 전년보다 10.3% 감소한 4천850만t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 감소로 인한 파급효과는 이미 국내에도 미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4월 20일까지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8만3천789t보다 16.7% 감소한 6만9천830t에 그쳤다.

해외 시장에서도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ME) 거래 자료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돈육 선물 가격은 지난 3월 초 파운드당 65센트 선에서 지난 23일 기준 81.7센트까지 치솟았다.

최신 유럽위원회(EC) 자료에 의하면 5월 3주차(13∼19일) 유럽연합(EU) 돼지 지육가격(Weighted Average, Class S&E)은 ㎏당 1.73유로를 기록해 작년 동기보다 시세가 21.9%나 급등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국제 돼지고기 시세 급등세가 이미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수입 비중이 큰 스페인산 수입 돈육의 직매입 시세는 지난해 5월 ㎏당 4달러 초반에서 현재는 5달러 중반대까지 30%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유통업체와 대형 수입상 등이 벨기에산 돈육을 많이 판매했으나,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벨기에산 돈육의 수입이 금지되면서 스페인산 돈육의 수입가가 상승하고 있다.

또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산 돼지고기를 주로 취급하는데 최근 유로화 환율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올해 들어 줄곧 1,300원 아래에서 가격을 형성하던 유로화 환전 고시 환율은 24일 현재 1,330원 선까지 상승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 세계 돈육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ASF 사태가 당분간 지속할 경우, 올해 국제 돈육 시세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국내에도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겹살 대란 일어나나…돼지고깃값 상승세 본격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