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상옵션들도 전시해 소비자 혼란 부추겨
주로 분양가 상한제나 공공분양의 경우 많아 주의 필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면 평소에 꿈꿨던 집이 있다. 1층의 상담석를 지나 예쁘게 꾸며놓은 세대 안으로 들어가면 현실의 고민은 잊게 된다. 청약통장 점수나 자금 조달, 중도금 할부금 부담 등 상담하면서 들던 자괴감을 어느덧 사라지고 '꼭 당첨되야겠다'는 마음만 남는다.
때문에 과거 여러 채의 집을 사서 부자가 된 다주택 부자들은 '모델하우스를 보지 말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가치가 오르는 아파트는 입지가 우선이라는 기준에서다. 직접 들어가서 살 게 아니라면, 브랜드나 화려한 겉모습에 속지 말라는 뜻이다. 집을 '투자'로 봤을 시절의 얘기니 안을 궁금해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모델하우스를 화려하게 만드는 이면에는 '옵션'이라는 무기가 있다. 발코니 확장이 보편화되면서 모델하우스에는 확장형이 기본으로 꾸며졌다. 전용 84㎡형, 보통 33~35평 정도 되는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비는 1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된다. 전용 84㎡의 분양가가 3억원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계약할 때에는 3억1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오랜만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는 지역의 모델하우스에는 이 발코니 확장을 두고 말들이 많다. "그러니까 발코니 확장을 하면 분양가가 더 비싼 것 아니냐구요", "마루에 발코니 확장을 안하고 싶은데 왜 따로 시공이 안되나요?", "발코니 확장 안했다고 치면 안방에 10자 장롱도 못들어가잖아요. 그럼 더 작은 아파트 분양하는 게 아닌가요?" 등이다.
대답은 어떤 지역이건 어떤 건설사건 한결같다. "고객님, 요즘은 발코니 확장을 기본으로 합니다. 오히려 또다른 옵션을 더 하신다니까요." 이 '요즘'이라는 말에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수요자들의 마음은 흔들린다. '그래, 내가 새 아파트 구경한지는 오래됐지', '요즘 그렇다니 어쩔 수 없지' 등의 반응이다.
이처럼 발코니 확장은 '선택'임에도 따로 비용을 받고 있고 소비자들도 당연스레 여기고 있다. 발코니 확장은 2006년 도입된 '공동주택의 발코니 설계 및 구조변경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발코니는 1.5m 이내에 확장이 합법화됐고, 시행된 지도 13년이 지났다. 보편화된 발코니 비용을 분양가 산정에 넣지 않으니,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분양가 상한제나 투기과열지구, 택지지구 등 분양가 통제가 많은 지역에서는 발코니 확장비가 천정부지다. 최근 기자가 둘러본 단지 중에서는 전용 84㎡ 기준으로 발코니 확장비는 1500만원을 넘긴 곳까지 있었다. 분양가의 불만(?)을 발코니 확장비로 녹여내는 듯한 모양새로 보였다. 수요자들도 이제는 당연한 비용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 공급되는 아파트의 90% 가량은 발코니 확장을 선택한다고 한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코니 확장비 문제는 시간이 약인 것처럼 조용한 분위기다. 최근 모델하우스에는 발코니 확장에 한 술을 더 뜬 듯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모델하우스에 유상옵션을 기본으로 깔아놓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일부 고급 주택형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올들어 '유상'을 '무상'인 것처럼 모델하우스에 전시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물론 '유상옵션'이라는 스티커는 붙어있고 내부에서 안내자들이 안내멘트를 해준다. 하지만 기본으로 설치되는 자재는 한 쪽 구석에 손바닥 보다도 작게 붙여 놓았다. 이를 간신히 발견할 때면 유상옵션을 깔아놓은 저의가 의심스럽다.
문제는 3.3㎡당 시공비가 가장 비싸다는 주방에 유상옵션을 기본인양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모델하우스에서는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촉감과 눈으로 익힌 주방의 소재들이 알고보니 돈을 더 지불해야하는 옵션이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주방에 사용되는 내장재들은 다양하다. 업자가 아닌 이상 기본으로 설치되는 옵션을 작은 샘플을 보고 추측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싶다.
주방부문은 음식물을 조리하고 빨래를 세탁하는 등 물과 불이 사용되는 공간이다. 가전제품들이 공간을 차지하기도 한다. 온 가족들이 쉬거나 놀기 보다는, 목적성을 갖고 찾는 곳이 주방 일대다. 목재, 석재, 타일, 스틸 등 각종 내장재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물과 불, 전기 등을 사용하는데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니 취향도 다양하고 주방 상판만 보더라도 종류가 셀수 없이 많다.
과거에는 주방상판이 싱크대로 불리며 모두 스테인레스 상판이 사용됐다. 최근에는 엔지니어드 스톤이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김치국물이 베인다는 질 낮은 각종수지나 저가의 대리석 소재들도 시공되고 있다. 다양하게 사용되는만큼 가격도 천차만별일 것이지만, 모델하우스에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무주택자', '자금이 충분한 계약자' 등 실수요자가 주인공이 되고 있다. 첫 집을 장만하려다보니 신도시 모델하우스에는 처음으로 찾는 수요자들도 있다. 이런 수요자들에게 유상옵션을 깔아놓은 모델하우스는 '거짓의 집'이 아닐까.
모델하우스는 그야말로 모델이되는, 예시가 되는 집이다. 침대를 놓으면 이 정도 공간이 남고, 여기에 가구를 배치하면 되겠구나 등을 가늠해보는 곳이다. 패션쇼에서 돋보여야 할 주인공은 모델이 아니라 입고 있는 옷이다. 집도 그렇다. 유상옵션으로 화려하게 꾸민 모델하우스가 주인공이 되서는 안된다.
청약자들의 주의만으로는 일일히 포착해 내기는 어렵다. 기본에 충실한 모델하우스는 '먼저 신축한 집'이다. 집을 미리 보고 수요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와 소통의 창구가 모델하우스에 필요하다.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이 치장에만 멋을 낸 모델하우스를 외면하고 후분양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귀기울여야만 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