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적립금 규모가 190조원을 넘어서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돼야 하는 퇴직연금이 단기 수익률 중심으로 평가되고, 중간정산이 빈번히 이뤄지는 등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도 많다.

퇴직연금 수수료를 받는 이유는

정기예금과 같은 금융상품은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그 자금을 대출하거나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다. 수수료는 부과하지 않으며 이자 지급 외에 별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퇴직연금 사업자는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세금 관련 업무, 가입자 교육, 가입자와 적립금에 관한 정보의 기록·관리 등 관련법에서 정한 필수 업무를 수행하고 이런 서비스의 대가로 수수료를 부과한다.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제도와 같이 재직 중인 근로자의 퇴직연금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회사가 부담하도록 돼 있어 근로자의 노후 보장이나 퇴직급여 수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DB 제도는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므로 근로자들은 임금상승률을 퇴직연금 수익률로 봐야 하고, DC 제도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중요하지만 회사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근로자의 수익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DC 제도에서 투자하는 펀드 보수는 수수료와는 별개로 펀드에 가입한 가입자가 부담하고, 펀드 보수는 수익률에서 차감된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5%로 표기돼 있다면 이는 보수를 모두 제외한 실수익률이 5%라는 의미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제도 운영 및 관리에 따른 수수료는 제외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맞는 운용법은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금융 환경에서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노후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실적배당형 펀드에 투자해 보는 방법이 있다. 작년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3.8%였듯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등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를 감내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원리금보장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노후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경우 원리금보장형 중 비교적 만기가 긴 상품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저금리 추세가 예상될 때 만기가 3년 또는 5년 이상인 상품에 가입하면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확정된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작년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보험 연 1.8%, 은행 연 1.4%로 장기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경쟁력 있는 보험업권의 수익률이 높았다.

일부 상품은 무늬만 원리금보장형일 뿐 실제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장기자산 운용 경험이 풍부한 금융사에 퇴직금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의 세제 혜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DC 제도나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개인이 추가 납부한 금액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IRP에서 퇴직금을 찾을 때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한꺼번에 받을 때 내야 하는 퇴직소득세액의 70%만 내는 혜택도 있다.

삼성생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