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쑥 빙수, 애플망고 빙수…호텔 빙수 고르는 맛도 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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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향기
호텔 '특급 빙수' 열전
스몰 럭셔리 끝판왕
호텔 '특급 빙수' 열전
스몰 럭셔리 끝판왕
1만3000원부터 5만5000원까지….
국내 호텔들이 여름철 고객을 겨냥해 출시한 빙수의 가격대다. 가격만큼 상품도 다양하다. 애플망고 빙수, 레트로 쑥 빙수, 크림 브륄레 빙수, 모스키노 멜론 빙수, 콩가루 빙수, 밀크 빙수 등 이름부터 화려한 빙수들이 여름 한정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찍 찾아온 여름 더위에 호텔 빙수 출시가 5월 초로 앞당겨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호텔 빙수는 저마다 자존심을 걸고 최고급 과육과 재료를 고집해 만들다 보니 가격이 점점 올랐다. 한 그릇 값이 웬만한 식사 한 끼 가격을 웃돈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스몰 럭셔리’를 즐기기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먹는 빙수는 그 자체로 훌륭한 피서가 될 수 있어서다.
전통 팥빙수부터 황제빙수까지
신세계조선호텔은 2009년 지금 물가 기준으로도 비싼 10만원짜리 빙수를 내놨다. 자작나무 수액·캐비어·마·인삼정과·애플망고 등을 듬뿍 넣어 ‘황제빙수’라고 이름을 붙였다. ‘시원한 보양식’이라는 콘셉트로 출시된 이 빙수는 출시 직후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당시 황제빙수로 인해 호텔에서 만드는 빙수는 ‘프리미엄급’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
신세계조선호텔은 2007년 1만5000원짜리 ‘전통 팥빙수’로 시작했다. 2년 뒤에는 석류과일 빙수와 수정과 팥빙수를 1만8000원에 선보였다. 2015년엔 3만8000원짜리 빙수 ‘아이스 망고 버스’를 내놔 빙수 3만원 시대를 열었다. 2017년 나온 ‘망고 에스푸마 빙수’, 2018년 판매하기 시작한 망고 빙수(4만5000원)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가격을 다시 조정해 수박·청포도 빙수를 3만6000원에 판매한다. 세 명이 함께 먹어도 부족하지 않은 양이어서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게 호텔 측 주장이다. 2만원짜리 1인용 빙수도 따로 판매해 가격대를 다양화했다.
제주산 애플망고 열풍에 가격 상승
서울 신라호텔이 2011년 출시한 애플망고 빙수는 ‘애망빙’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에 애망빙을 해시태그(#)한 사진 인증샷은 2000여 건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애망빙이 호텔빙수 경쟁을 촉발한 제품으로 평가한다. 2014년 당시 4만2000원이던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4년간 그대로였다가 지난해부터 29% 오른 5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다른 호텔들도 망고를 사용하는 빙수를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클라우드 망고빙수’를 4만8000원의 가격에 내놨다. 작년보다 5000원 올랐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애플망고빙수도 지난해보다 1만4000원 오른 5만7000원으로 정했다.
제주산 애플망고 원가 상승이 빙수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껍질이 사과처럼 빨간색이어서 애플망고로 불리며 한국에선 평균 온도가 높고 일조량이 많은 제주도가 주산지다. 수입산보다 맛이 훨씬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호텔 빙수의 필수 원재료가 됐다.
보통 빙수 한 그릇엔 망고 1~2개가 통째로 들어간다. 제주산 애플망고가 개당 2만원 선에 판매되는 만큼 원가 비중이 높은 셈이다. 신라호텔 측은 “판매가가 원가보다 낮아져 판매 중단까지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신라호텔은 애플망고 시세에 따라 호텔 빙수가격을 조정하는 ‘원가 연동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비싼 대신 선택권 넓어져
호텔 빙수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비싸진 만큼 소비자의 선택권도 다양해졌다. 올여름을 맞아 건강을 고려해 쑥을 재료로 한 ‘레트로 쑥 빙수’(3만8000원·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헤이즐넛 아이스크림·커스터드 크림·럼 시럽 등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쓴 ‘크림 브륄레 빙수’(3만8000원·파크 하얏트 서울) 등이 출시됐다.
롯데호텔 서울에서는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모스키노’의 디자인을 차용한 디저트 세트를 5만5000원(2인분)에 판매하고 있다. 모스키노 테디베어 형상의 3단 철제 트레이에 프랑스식 마시멜로, 산딸기 타르트, 등 15종의 디저트와 빙수(망고, 멜론 중 택 1)를 함께 제공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1층 로비 ‘페닌슐라 라운지&바’에서 판매한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서는 ‘과일 범벅 DIY 빙수’ 4종을 다음달 1일부터 선보인다. 모든 빙수에는 견과류·팥·인절미 가루 등을 제공해 토핑을 스스로 해볼 수 있어 DIY라는 이름을 붙였다. 멜론빙수(4만8000원), 파인애플빙수(4만3000원)는 두꺼운 껍질의 속을 파내고 얼음을 채운 뒤 생과일과 아이스크림, 벌꿀 등을 넣었다. 아보카도 빙수(4만3000원)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빙수를 좋아하는 어린이를 위한 상품도 있다. 물고기 캐릭터를 본뜬 초콜릿과 브라우니로 장식한 ‘어린이 빙수’(4만원·그랜드 워커힐 서울), 아이들이 먹기 좋은 크기인 방울토마토를 꿀에 4일간 절여 만든 ‘또바 빙수’(3만5000원·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등이 대표적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국내 호텔들이 여름철 고객을 겨냥해 출시한 빙수의 가격대다. 가격만큼 상품도 다양하다. 애플망고 빙수, 레트로 쑥 빙수, 크림 브륄레 빙수, 모스키노 멜론 빙수, 콩가루 빙수, 밀크 빙수 등 이름부터 화려한 빙수들이 여름 한정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찍 찾아온 여름 더위에 호텔 빙수 출시가 5월 초로 앞당겨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호텔 빙수는 저마다 자존심을 걸고 최고급 과육과 재료를 고집해 만들다 보니 가격이 점점 올랐다. 한 그릇 값이 웬만한 식사 한 끼 가격을 웃돈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스몰 럭셔리’를 즐기기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먹는 빙수는 그 자체로 훌륭한 피서가 될 수 있어서다.
전통 팥빙수부터 황제빙수까지
신세계조선호텔은 2009년 지금 물가 기준으로도 비싼 10만원짜리 빙수를 내놨다. 자작나무 수액·캐비어·마·인삼정과·애플망고 등을 듬뿍 넣어 ‘황제빙수’라고 이름을 붙였다. ‘시원한 보양식’이라는 콘셉트로 출시된 이 빙수는 출시 직후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당시 황제빙수로 인해 호텔에서 만드는 빙수는 ‘프리미엄급’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
신세계조선호텔은 2007년 1만5000원짜리 ‘전통 팥빙수’로 시작했다. 2년 뒤에는 석류과일 빙수와 수정과 팥빙수를 1만8000원에 선보였다. 2015년엔 3만8000원짜리 빙수 ‘아이스 망고 버스’를 내놔 빙수 3만원 시대를 열었다. 2017년 나온 ‘망고 에스푸마 빙수’, 2018년 판매하기 시작한 망고 빙수(4만5000원)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가격을 다시 조정해 수박·청포도 빙수를 3만6000원에 판매한다. 세 명이 함께 먹어도 부족하지 않은 양이어서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게 호텔 측 주장이다. 2만원짜리 1인용 빙수도 따로 판매해 가격대를 다양화했다.
제주산 애플망고 열풍에 가격 상승
서울 신라호텔이 2011년 출시한 애플망고 빙수는 ‘애망빙’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에 애망빙을 해시태그(#)한 사진 인증샷은 2000여 건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애망빙이 호텔빙수 경쟁을 촉발한 제품으로 평가한다. 2014년 당시 4만2000원이던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4년간 그대로였다가 지난해부터 29% 오른 5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다른 호텔들도 망고를 사용하는 빙수를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클라우드 망고빙수’를 4만8000원의 가격에 내놨다. 작년보다 5000원 올랐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애플망고빙수도 지난해보다 1만4000원 오른 5만7000원으로 정했다.
제주산 애플망고 원가 상승이 빙수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껍질이 사과처럼 빨간색이어서 애플망고로 불리며 한국에선 평균 온도가 높고 일조량이 많은 제주도가 주산지다. 수입산보다 맛이 훨씬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호텔 빙수의 필수 원재료가 됐다.
보통 빙수 한 그릇엔 망고 1~2개가 통째로 들어간다. 제주산 애플망고가 개당 2만원 선에 판매되는 만큼 원가 비중이 높은 셈이다. 신라호텔 측은 “판매가가 원가보다 낮아져 판매 중단까지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신라호텔은 애플망고 시세에 따라 호텔 빙수가격을 조정하는 ‘원가 연동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비싼 대신 선택권 넓어져
호텔 빙수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비싸진 만큼 소비자의 선택권도 다양해졌다. 올여름을 맞아 건강을 고려해 쑥을 재료로 한 ‘레트로 쑥 빙수’(3만8000원·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헤이즐넛 아이스크림·커스터드 크림·럼 시럽 등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쓴 ‘크림 브륄레 빙수’(3만8000원·파크 하얏트 서울) 등이 출시됐다.
롯데호텔 서울에서는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모스키노’의 디자인을 차용한 디저트 세트를 5만5000원(2인분)에 판매하고 있다. 모스키노 테디베어 형상의 3단 철제 트레이에 프랑스식 마시멜로, 산딸기 타르트, 등 15종의 디저트와 빙수(망고, 멜론 중 택 1)를 함께 제공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1층 로비 ‘페닌슐라 라운지&바’에서 판매한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서는 ‘과일 범벅 DIY 빙수’ 4종을 다음달 1일부터 선보인다. 모든 빙수에는 견과류·팥·인절미 가루 등을 제공해 토핑을 스스로 해볼 수 있어 DIY라는 이름을 붙였다. 멜론빙수(4만8000원), 파인애플빙수(4만3000원)는 두꺼운 껍질의 속을 파내고 얼음을 채운 뒤 생과일과 아이스크림, 벌꿀 등을 넣었다. 아보카도 빙수(4만3000원)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빙수를 좋아하는 어린이를 위한 상품도 있다. 물고기 캐릭터를 본뜬 초콜릿과 브라우니로 장식한 ‘어린이 빙수’(4만원·그랜드 워커힐 서울), 아이들이 먹기 좋은 크기인 방울토마토를 꿀에 4일간 절여 만든 ‘또바 빙수’(3만5000원·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등이 대표적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