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철 식재료에 5가지 요리철학 담아 파라다이스시티호텔만의 디너 선보였죠"
일본 도쿄의 니혼바시 지역은 최고의 레스토랑이 모인 상업지구다. 미쉐린 1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라페(LA PAIX)’는 니혼바시에서도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하루 20석만 받는다. 월 1회 메뉴가 모두 바뀐다. 제철 식재료를 전국에서 가져와 가장 일본스러운 재료로, 가장 맛있는 프랑스 요리를 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라페의 오너 셰프 마쓰모토 잇페이(45·사진)는 “라페는 프랑스어로 ‘평화’라는 뜻”이라며 “요리와 공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 간 온화한 관계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 붙였다”고 했다.

마쓰모토 셰프는 25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의 컨템퍼러리 한식 다이닝 ‘새라새’에서 갈라 디너를 선보였다. 그는 한국의 해산물과 산나물 등을 활용해 요리했다. 감자 두부튀김과 캐비어를 곁들인 요리와 대합과 땅두릅, 라임을 조합해 전채 요리를 내놨다. 한라봉과 한우 볏짚 훈제 등도 코스 요리에 등장했다. 마쓰모토 셰프는 “한국의 풍부한 재료와 전통 발효기술 덕분에 새로운 메뉴를 창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새라새’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새라새’
그는 일본 오사카 인근 와카야마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어묵집을 운영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어릴 때부터 요리를 많이 해 먹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요리의 길로 들어섰고, 내가 만든 토스트 등을 주변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꼭 식당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마쓰모토 셰프는 나라조리전문대를 졸업하고 도쿄 롯폰기에 있는 레스토랑 ‘빈센트’에서 5년간 근무했다. 2000년 유럽으로 건너가 벨기에 미쉐린 레스토랑 ‘레쌍시엘’에서 2년간 일했으며 2004년부터 10년간은 니혼바시의 ‘메르베일’에서 초대 셰프로 활약했다.

그는 “벨기에에서는 자유로운 발상으로 요리하는 방법을 배웠고,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 문화 등과 접목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며 “일본인이기에 가장 잘할 수 있는 프랑스 요리를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자와 셰프, 손님과 스태프 모두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요리의 철학은 다섯 가지다. 일본, 조화, 마음, 연결, 오감 등이다. 최상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의 산지를 직접 가보기도 하고, 고향 와카야마의 재료를 계절마다 공급받는다. 이번 갈라 디너를 위해 한국 제철 식재료를 연구한 그는 “발효음식과 김, 각종 산채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