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키르히너·칼더·호크니…거장들의 미술혁신을 추억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학고재갤러리 '픽처 플레인'展
미술가 12명 작품 20여 점 출품
미술가 12명 작품 20여 점 출품
현대 이전 미술가들은 자연을 캔버스에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화면 자체를 자연과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를 반영하는 창으로 여겼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화가들의 표현 방식과 매체가 다양해졌다. 화면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자연이 아니라 ‘문화’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수직 방향의 화면을 수평으로 눕히기도 했다. 재현에 치중했던 화면도 점차 실물 형태를 누그러뜨리면서 추상화나 개념미술, 팝아트 형태로 변했다.
화면의 혁신을 통해 다채로운 목소리를 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지난 24일 개막해 7월 10일까지 펼치는 ‘픽처 플레인(picture plane)’전이다.
독일 표현주의 그룹 ‘다리파’ 창시자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가 윌렘 드 쿠닝,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 영국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등 현대미술가 12명이 각각 미술의 진화를 꾀하며 혁신적인 기법으로 대상을 표현한 작품 20여 점이 걸렸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런던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소장가인 수잔 앤 로렌스 반 하겐의 컬렉션에서 전시 작품을 선별했다”며 “예술가의 관점 변화를 단서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어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특유의 붓질로 현대인의 일상을 담은 작품들이 힘찬 에너지를 뿜어낸다. 독일 표현주의 화풍을 이끈 키르히너의 ‘얕은 욕조 안의 두 소녀’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무렵인 1912~1913년 그리기 시작해 1920년 완성한 수작이다. 예각적 묘선으로 형태와 색채를 단순화했고, 색채가 지닌 광채를 줄여 당시 사회의 속내를 자유분방하게 들춰냈다. 작품 뒷면에는 또 다른 유화 ‘드레스덴의 노란 집 앞 선박들’을 그려 캔버스 한쪽에만 그린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호크니의 1991년 작 ‘스키 타듯이’도 관람객을 반긴다.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의 무대 미술을 맡았던 호크니가 3차원 무대미술을 2차원으로 옮기기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젊은 시절 무대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화면의 변신을 꾀한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독일 추상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25색’은 쾰른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복원한 리히터의 일화가 담긴 작품이어서 더욱 빛난다.
움직이는 조각 장르를 개척한 칼더의 모빌과 스테빌(움직이지 않는 조각), 드로잉도 나와 있다. 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1969년 작 모빌 ‘빨간 초승달’과 1936년 제작된 초창기 스테빌 ‘더 클로브’가 눈길을 끈다. 미국아트딜러협회(ADAA)가 형체를 본떠 트로피를 만든 ‘더 클로브’는 검고 납작한 두 개 면을 십자로처럼 날렵하게 교차시킨 게 흥미롭다.
기존의 회화 방식에 다양한 표현 재료를 접목한 ‘뉴페인팅’ 작가들의 작품도 모습을 드러낸다. 회화·조각 경계를 허문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1978년 캔버스가 아닌 나무 패널에 작업한 작품과 쿠닝의 추상표현주의 작업, 프랑스 프랑수아 모를레의 기하학적 추상화, 인물화의 혁신을 꾀한 알렉스 카츠의 여인초상, 콜라주기법을 추구한 시그마 폴케의 작품, 일본 팝아트 1세대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 등이 화면의 진화를 이야기그림처럼 들려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독일 표현주의 그룹 ‘다리파’ 창시자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가 윌렘 드 쿠닝,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 영국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등 현대미술가 12명이 각각 미술의 진화를 꾀하며 혁신적인 기법으로 대상을 표현한 작품 20여 점이 걸렸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런던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소장가인 수잔 앤 로렌스 반 하겐의 컬렉션에서 전시 작품을 선별했다”며 “예술가의 관점 변화를 단서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어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특유의 붓질로 현대인의 일상을 담은 작품들이 힘찬 에너지를 뿜어낸다. 독일 표현주의 화풍을 이끈 키르히너의 ‘얕은 욕조 안의 두 소녀’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무렵인 1912~1913년 그리기 시작해 1920년 완성한 수작이다. 예각적 묘선으로 형태와 색채를 단순화했고, 색채가 지닌 광채를 줄여 당시 사회의 속내를 자유분방하게 들춰냈다. 작품 뒷면에는 또 다른 유화 ‘드레스덴의 노란 집 앞 선박들’을 그려 캔버스 한쪽에만 그린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호크니의 1991년 작 ‘스키 타듯이’도 관람객을 반긴다.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의 무대 미술을 맡았던 호크니가 3차원 무대미술을 2차원으로 옮기기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젊은 시절 무대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화면의 변신을 꾀한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독일 추상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25색’은 쾰른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복원한 리히터의 일화가 담긴 작품이어서 더욱 빛난다.
움직이는 조각 장르를 개척한 칼더의 모빌과 스테빌(움직이지 않는 조각), 드로잉도 나와 있다. 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1969년 작 모빌 ‘빨간 초승달’과 1936년 제작된 초창기 스테빌 ‘더 클로브’가 눈길을 끈다. 미국아트딜러협회(ADAA)가 형체를 본떠 트로피를 만든 ‘더 클로브’는 검고 납작한 두 개 면을 십자로처럼 날렵하게 교차시킨 게 흥미롭다.
기존의 회화 방식에 다양한 표현 재료를 접목한 ‘뉴페인팅’ 작가들의 작품도 모습을 드러낸다. 회화·조각 경계를 허문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1978년 캔버스가 아닌 나무 패널에 작업한 작품과 쿠닝의 추상표현주의 작업, 프랑스 프랑수아 모를레의 기하학적 추상화, 인물화의 혁신을 꾀한 알렉스 카츠의 여인초상, 콜라주기법을 추구한 시그마 폴케의 작품, 일본 팝아트 1세대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 등이 화면의 진화를 이야기그림처럼 들려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