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앱(응용프로그램)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한경DB
한 소비자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앱(응용프로그램)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한경DB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를 해외에서도 쓸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은 다음달 일본을 시작으로 간편결제 적용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별도 수수료가 없어 해외 결제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허용하는 내용의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28일부터 개정안의 효력이 발생한다. 금융위원회가 2월 ‘핀테크 및 금융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통해 전자금융업자에 외국환 간편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조치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네이버페이 해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해외 오프라인 매장에서 QR코드 등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최근 네이버는 관련 내용을 담아 네이버페이의 이용자 약관을 개정했다.

해외 나가서도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해외 결제 서비스의 첫 적용 국가는 일본이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의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 가맹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일본 내 라인페이 가맹점은 160만 곳이 넘는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환전 없이 원화로 네이버페이에 충전하고 현지 매장에서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업체 중 신용 결제가 아니라 송금 방식으로 해외 결제를 시작하는 것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신용 결제 방식의 해외 간편결제는 지난 8일 비씨카드가 중국에서 시작했다.

간편결제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로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신용·체크카드의 해외 사용액은 192억2000만달러(약 22조8333억원)에 달한다. 해외 여행객 중 상당수가 카드를 이용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수수료가 비싸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신용카드 회사는 해외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결제액의 1% 이상을 수수료로 떼가고 있다.

반면 간편결제는 수수료가 없다. 현지 가맹점이 정한 최신 환율이 적용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쓸 수 있는 해외 가맹점이 충분하다면 금융업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은 해외 결제 적용 국가를 확대할 전망이다. 네이버페이는 일본 다음으로는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라인은 작년 11월 중국 텐센트의 위챗페이, 네이버페이와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발표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네이버, 라인, 텐센트 등이 서로의 가맹점을 공유해 각자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두루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대만 태국 등에서도 서비스 연동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손잡은 상태다. 두 회사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수수료 없는 결제 체계를 만드는 ‘글로벌 크로스 보더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을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를 두루 쓸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알리페이는 이미 국내에 진출했다. 카카오페이의 단말기를 통해 국내 서울택시 등에서 알리페이를 쓸 수 있다.

NHN의 페이코도 일본 결제 시장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