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는 절대 죽지 않는다"…美에 결사항전 의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사진)이 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자신했다. 지난 16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금지한 이후 런 회장은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런 회장은 26일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죽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단기 돌격전이 아니라 장기 지구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싸울수록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사의 화웨이’라고 새긴 메달 2만 개를 만들었다고 소개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최대 위험을 맞았다는 견해에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의 요구로 캐나다에서 체포되기 전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시기였다며 “모두 주머니가 두둑해지자 힘든 환경에서 일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이 아마 가장 좋은 상태일 것”이라며 “회사 전체가 분발하고 있으며 전투력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런 회장은 미국의 제재로 2년 정도 앞선 기술적 우위가 없어지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미국조차 갖지 못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 기업 없이도 능히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화웨이를 산 아래쪽으로 밀어내고 있다”며 “하지만 언젠가 양측은 산꼭대기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을 총검으로 찌르는 대신 껴안을 것이라고 했다. 런 회장은 27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 정부가 애플에 보복 조치를 취하는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며 “만일 그렇게 한다면 앞장서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이동통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우는 처지에서 선도자에게 어떻게 반기를 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장조사업체 푸본리서치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이날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면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보다 4~2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푸본리서치는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 대수가 2억 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 출하량은 2억5800만 대였다.

SA의 스마트폰 담당 책임자인 린다 쑤이는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으면 내년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23%가량 추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화웨이가 구글과 거래하지 못하면 내년 미국과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중국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화웨이가 완전 파탄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화웨이의 잠재적 고객들이 고가 스마트폰을 살 때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을 고르고 중가 스마트폰으로는 오포와 비보 제품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2억8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유럽 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